中농업은행 세계최대 IPO…국내 악재 되나
중국 농업은행이 상반기에 2000억위안(293억달러 · 약 32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머징 마켓의 주식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IPO는 세계 IPO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외국인 매수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조정받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고객 3억5000만명,초대형 은행 상장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농업은행은 올 여름께 기업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6월,늦어도 9월 전에는 IPO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행은 중국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2만4000개 지점,3만개 이상의 자동출납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이 3억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중국 내 다른 주요 은행들에 비해 자산건전성이 나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도농 격차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중국정부의 정책과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초만 하더라도 1500억위안으로 전망됐던 IPO 예상 규모가 3개월여 만에 2000억위안까지 늘어났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도시 지역의 자산버블을 우려하면서도 은행의 대출여력을 확충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마켓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IPO는 외국인 매수세에 기대고 있는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게는 1000억위안에 가까운 자금을 중국 농업은행 IPO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국가별,산업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워낙 대규모 IPO라 전반적인 지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농업은행 IPO에 참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이머징 마켓에 투자한 돈을 빼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은행 IPO 때는 16조원 빠져나가

실제 중국의 대규모 IPO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불러왔다. 580억위안을 공모한 2007년 9월 건설은행 IPO 당시에는 세계 각지에서 2조2600억위안(370조6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당시 국내 증시에서는 그해 6월부터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돼 3개월 동안 매도 규모가 16조5374억원에 달했다.

2006년에도 6월 중국은행 상장,9월 공상은행 상장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시장에서 은행주가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이날 순매수 규모를 줄인 것도 이번 중국 농업은행의 IPO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에 변함이 없는 한 외국인들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뿐 아니라 정보기술(IT) · 자동차 관련주 등 최근 외국인이 많이 매집한 종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장은 길지 않을 듯

문제는 파장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여파가 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승원 전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이머징마켓에서도 농업은행 IPO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예정이라 우려하는 만큼 국내증시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인 부담은 있겠지만 추세를 바꿔놓을 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머징마켓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의 절대규모가 늘어나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절상과 IPO 진행방식 등 몇 가지 변수도 있다. 중국 당국으로서도 2000억위안에 이르는 규모가 부담스러운 만큼 나눠서 IPO를 진행하거나,일부는 주식시장이 아닌 전략적 투자자에게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곽병렬 연구원은 "농업은행 IPO와 비슷한 시기에 위안화 절상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좋아져 악재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