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따라 걷다보면 말 눈망울에 '가득한 봄'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넓은 목초지가 야트막한 흰색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를 말들이 거닌다. 유난히 윤기나는 털을 지닌 갈색 말.흰둥이에게 다가가자 긴 다리와 탄탄한 등 근육이 손에 닿을 것처럼 생생하다. 구경하는 아이들이 신기한 듯 연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용기있는 아이는 아예 손을 뻗어 말을 쓰다듬는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농협대학을 지나 서삼릉 방향으로 가다보면 원당종마목장(경기 고양시 덕양구)이 나온다. 한국마사회가 이곳에서 경주용 말들을 사육한다. 기수 후보생들의 교육기관인 경마교육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사회는 제주에 이어 전라북도 장수에 대규모 경주마 육성목장을 조성하면서 2007년 경마교육원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경주마를 사육하고 훈련하는 마필관리사도 함께 양성한다.

한국마사회는 홍보를 위해 1997년부터 목장시설 일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개발제한구역 내 36만㎡(약 10만9000평) 부지에 마사(馬舍)와 교육용 마방(馬房),주로(走路 · 경주 트랙),말 진료소,방목지가 들어서 있다. 사고를 예방하고 마필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 전부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83칸의 마방과 1곳의 교배소가 대표적인 제한구역.

그러나 말을 방목하는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만으로도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곳이다. 넓은 초원지대(16만5000㎡)와 구릉으로 이뤄진 종마목장은 약 4㎞의 산책로를 끼고 있다.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숲으로 둘러싸인 목초지를 산책하며 기수 후보생들의 기승훈련을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경주마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힘차게 모래밭 주로를 달리고 있다. 근처에 있는 여러 개의 벤치와 작은 매점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쉬면서 '모의 경주'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들이 풀을 뜯는 목장 풍경이 아름다워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끄는 곳.입장료나 주차비가 없어 가족들의 봄소풍지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수~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경마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경마교육원의 2년 교육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현재 1~2학년생 예비기수 15명이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있다. 덕분에 교육용이나 관상용,번식을 위해 들여온 씨수말 80여필을 구경할 수 있다.

말을 가까이에서 보면 의외로 사랑스럽다. 말과 인간의 우정을 다룬 고전영화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애마(愛馬)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 말 등에 올라 초원을 달려보고 싶다는 갈망과 함께….

말 30종의 특성과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한 표지가 산책로를 따라 설치돼 있다. '아메리칸 페인트''앵글로 아랍''안달루시안''데일즈 포니''하프링거''집시 밴너'….

국내 경주마로 쓰이는 '더러브렛(Throughbred)'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영국산과 아랍종의 교배로 태어난 더러브렛의 키는 155~160㎝,가장 잘 달리는 말 품종으로로 시속 60~70㎞의 속도를 낸다. 예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온순하다. 제주목장에 있는 제주마나 한라마(137㎝ 이하)와 다르다.

원당종마공원 옆에는 예릉(睿陵) 효릉(孝陵) 희릉(禧陵) 등 3기의 능이 있는 서삼릉(西三陵)이 있어 함께 둘러보고 오면 좋다. 희릉은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의 능이고 효릉은 12대 왕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 박씨의 쌍릉이다. 예릉은 25대 철종과 비 철인왕후 김씨의 것.조선 시대 왕릉 양식을 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봉분을 개방하지 않아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이 흠이다. 평일에는 무료,주말에는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원당경마목장을 둘러본 후 말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과천 서울경마공원에 가보는 것도 좋다. 말들이 달리는 경주로 안쪽에 가족공원이 조성돼 있다.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어린이 승마장과 놀이터,마사박물관 등을 둘러볼 만하다. 야생화 정원과 장미원도 조성돼 있다.

주말에만 경마가 열리는데 경주마의 박진감 넘치는 역주가 힘차다. 서울 경마공원은 10~11일,17~18일 '새봄맞이 대축제'를 연다. 가족명랑 운동회,벚꽃 열쇠고리 만들기,어린이 시낭송 대회 등의 행사가 열린다. 평일에는 무료,주말에는 입장료 800원.(만 20세 이하,65세 이상은 제외)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