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4개월 연속 2.00%로 동결한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후에나 한은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의 경력과 그간의 행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화정책 방향 설정에 글로벌 경제 동향을 많이 반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에 정통한 김 총재가 섣불리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리 없다는 얘기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올린 후 인상 가능”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글로벌 공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경기가 앞서간다고 해도 반드시 다른 국가와의 글로벌 공조를 통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출구전략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다른 국가와 공조 없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자금(케리트레이드, 저금리 국가의 자금을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국내에 유입되고 이로 인해 국내 유동성이 증가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부분의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상 시기는 최소한 국내 여건이 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플러스이면서 잠재성장수준에 ‘육박’해야 가능하다는 게 한 위원의 설명이다.

전성웅 우리선물 연구원은 “국제금융 전문가인 새 총재가 그리스 사태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작았다”며 “한은은 FRB나 ECB(유럽중앙은행)가 금리를 인상한 후에나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기 전까지 국내 통화정책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글로벌 컨세서스가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9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4분기 정도에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도 금리인상 지연에 한몫
원달러 환율도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최근 외환당국은 수출 안정 등을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그 나라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면서 “정부가 원화절상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원화약세 및 저금리 기조 유지를 통해 지속적인 경기부양을 원하고 있는데 금리인상은 절대적인 원화강세 요인”이라며 “현재 당국은 대외로부터의 금리 차를 이용한 자금 유입 확대 등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원화강세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장기간 지연시 부작용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로 향후 실질금리가 낮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2005~2006년과 같은 자산 가격 상승 또는 부채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애널리스트는 “2009년말 가계부채가 2004년말 대비 474조6000억원(54.6%) 급증한 가운데 추가적인 부채 증가는 향후 가계 부실 가능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또 실질금리가 2003~2005년 동안 중기평균을 밑돌았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차도 염두해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아직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불균형을 가져올 가능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