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열은 19세기 물리학의 두 가지 중요한 주제였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서 드러나는 둘의 상호작용은 19세기 중반 수십년의 투쟁 끝에 비로소 법칙으로 공식화됐다. '활동'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에네르게이아(energeia)'에서 온 '에너지'라는 말이 물리학에 등장한 것도 1807년 이후였다.

'뉴턴 이후 물리학 최대의 발견'이라고 불리는 '양자도약'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발견이다. 1900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단단한 물체가 열을 받아 점점 뜨거워질 때 온도 상승이 초래하는 에너지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 결과 양자와 양자도약을 발견해 뉴턴 이론으로는 풀 수 없었던 난제들에 대한 답을 제공했다.

물질과 빛이 어떻게 서로 접촉하는지,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빛이 검은 천에 흡수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빛은 파동인지 입자인지 뉴턴의 이론은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플랑크는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점프하면서 에너지 준위가 계단을 오르듯 불연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양자의 도약'이다. 양자 현상이 등장하면 빛은 파동도 되고 입자도 될 수 있다.

옳고 그름,긍정과 부정,왼쪽과 오른쪽을 분명히 구분하는 고전논리학처럼 뉴턴식 고전물리학은 객관적 확정성을 특징으로 했다. 그러나 플랑크가 양자를 발견하고 '양자도약'을 내세우면서 물리학은 새로운 시대로 전환했다. 플랑크 이후 에어빈 슈뢰딩거,닐스 보어,볼프강 파울리,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의 과학자들이 양자이론을 발전시키면서 현대물리학의 전성기를 열었기 때문이다.

《막스 플랑크 평전》은 막스 플랑크(1858~1947)의 독창적인 업적과 감동적인 삶,그가 살았던 시대를 촘촘히 복원한다. 독일 콘스탄츠대학의 과학사 교수인 저자는 비평과 전기를 겸한 이 평전에서 "플랑크의 삶을 특징짓는 세 단어는 혼란,모순,재난"이라고 정리한다.

그는 살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다. 학문 영역에서는 인과관계가 중시되던 19세기 고전물리학과 20세기 양자물리학을 함께 경험했고,정치 · 사회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제국의 평화 시기와 바이마르 공화국의 혁명적 · 민주적 격동기,전쟁과 나치의 범죄를 모두 겪었다.

개인사의 고난은 이보다 더 심했다. 그의 형은 오를레앙 전투에서 사망했고,첫 아내도 병으로 먼저 떠났다. 네 자녀들도 앞세웠다. 큰아들은 1916년 전투에서 죽었고,딸 둘은 출산 과정에서 사망했다. 둘째아들은 1945년 나치수용소에서 처형됐다. 베를린에 있던 그의 집은 1944년 나치의 폭격으로 완파돼 수많은 서류와 방대한 일기장이 잿더미가 됐다. 그 자신은 조금만 움직여도 비명을 지를 만큼 고통스러운 척추만곡증으로 고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뤘다. 그의 양자 발견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웠고,엔트로피 · 불확정성의 원리 · 시간여행 · 평행우주 등 최첨단 현대 과학 이론으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 베른 특허청의 무명 공무원이던 아인슈타인의 비범함을 알고 베를린대 교수로 초청한 사람도 그였다. 옮긴이는 그래서 "다양한 과학적 · 역사적 지식과 함께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던 사람,개인보다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의 전형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