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꿈만 같습니다. 지금 마스터스 현장에 서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

6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만난 안병훈(19)과 탁구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안재형씨(45)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땀을 닦을 새도 없어보였다.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 와 있다는 흥분 때문이었다.

올해 처음 오거스타 잔디를 밟은 안병훈은 지난해 8월 세계 아마추어골프대회의 최고봉인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챔피언 자격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구하는 갤러리들이 몰려들 정도로 벌써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안병훈은 대회기간 중 주최 측이 제공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 내 클럽하우스 숙소에서 묵는다. 타이거 우즈가 아마추어 시절 이 대회에 초청받았을 때와 같은 예우를 제공받는 것이다. 당시 우즈는 "(클럽하우스의 위용에) 어찌나 당황했는지 출입문을 찾지 못해 쩔쩔맸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 숙소는 아널드 파머,잭 니클로스 등 전설의 골프스타들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안재형씨 부부는 하루 숙박비가 평상시의 3배가량 오른 350달러(약 40만원)짜리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안병훈은 "연습라운드를 해보니까 역시 그린과 코스가 까다롭다"면서도 "쟁쟁한 프로들과 라운드하는 게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선전(善戰)을 다짐했다. 안재형씨는 "부모의 운동 능력이 골프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골프가 얼핏 쉬워보일지 모르나 탁구나 다른 종목보다 어렵다는 경험론에서 한 말이다. 부모가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운동감각이나 힘은 물려받았을지 모르나 골프는 그보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파4홀에서 두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려 2퍼트를 하면 파가 아니냐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떤 때는 장타력이,어떤 때는 정확성이 요구되는가 하면 어느 곳에선 띄워야 하고 어느 곳에선 굴려쳐야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 못지않게 심리적 요인도 커요. 이 모든 요소가 잘 결합됐을 때 비로소 언더파가 나오며 100여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할 수 있으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

안병훈은 다음 달 고교를 졸업한 뒤 9월에는 UC버클리대에 진학한다. 아버지가 옆에서 "100% 장학생"이라고 거든다. 미국은 골프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골프와 공부를 함께 해야 한다.

안재형씨는 "주변에서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반드시 보내겠다고 마음 먹었다. 1학년이든 2학년이든 대학생활을 한 뒤 어느 정도 기량이 되겠다 싶으면 그때 프로로 전향시키겠다"고 말했다. 골프선수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인생 포트폴리오'라는 게 그들 부자의 믿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