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온고지신 필요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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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자 동원·기득권 타파로 성공
세계화에 걸맞은 틀 만들어야
세계화에 걸맞은 틀 만들어야
경제개발에 있어 한국의 성공사례는 여러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배우려 하지만 우리만큼 성공적이진 못하다. 그래서 우리의 성공사례는 더욱 돋보인다. 왜 다른 나라들은 경제개발에 실패하는데 유독 한국은 성공했을까? 최근 서강학파의 발자취를 조사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거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두 분을 각각 인터뷰하면서 해답의 일단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이 남달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적어도 남들이 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해냈기 때문이다. 첫째 국내 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제도적 틀을 적시에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의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1970년대 초반 당시 기업들은 장기투자를 위해 단기사채를 끌어다 씀으로써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자금 부족이 상존했다. 이에 정부는 1972년 8 · 3 긴급조치로 사채를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단자회사를 통해 사채를 제도권금융으로 유도했다. 이후 단자회사는 투자금융회사로 발전하게 된다.
또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려면 장기자본 조달방안이 있어야 했으나 당시엔 증권시장이 매우 취약했다. 이에 정부는 1972년 기업공개촉진법을 제정하고 1974년에는 특별조치를 통해 공개기업과 비공개기업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기업공개를 유도했다. 이 같은 제도 개혁으로 기업의 원가 중 금융비용 비중은 1970년 8.8%에서 1973년엔 4.4%로 하락했다.
제도적 틀을 제때 만드는 것은 성장을 지속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틀을 통해 생산,소비,저축,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국민경제의 자생적 성장이 가능하다. 반면 이것에 실패하면 재원을 계속 외부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고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도중에 주저앉는 이유는 이 같은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공요인의 둘째는 제도개혁에 따른 기득권층의 저항을 뿌리쳤다는 점이다. 1970년대 후반 전자시대로의 전환을 예로 보자.당시 전화 놓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해결책은 전화교환 방식을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꾸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계식을 생산하는 기존 업체의 반대 로비가 치열했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심의과정에서 난데없이 전화기종은 '체신부가 채택해 사용하는 기종'으로 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는 기존의 두 업체 기종만 허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이 문구는 삭제됐고 이후 전자교환기의 경쟁체제가 전개됐다. 생각하면 참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제개발은 필연적으로 낡은 질서의 타파와 기득권의 포기를 요구한다. 당연히 기득권층은 반발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난다.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쳐 제도개혁에 실패하고 성장이 좌절되는 사례는 너무 흔하다.
수십년 전 개발경험은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는 지금 몇 년째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한편 세계화로 경제 환경은 새로운 제도적 틀을 요구한다. 그래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제도적 틀을 적시에 만드는 것,그리고 제도개혁에 따른 기득권 저항을 돌파하는 것,이 두 가지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우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낡은 관치체제에 있지 않은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해놓고는 기득권층이 반발하자 변형된 형태로 임금을 보장하려 하지 않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
한국이 남달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적어도 남들이 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해냈기 때문이다. 첫째 국내 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제도적 틀을 적시에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의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1970년대 초반 당시 기업들은 장기투자를 위해 단기사채를 끌어다 씀으로써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자금 부족이 상존했다. 이에 정부는 1972년 8 · 3 긴급조치로 사채를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단자회사를 통해 사채를 제도권금융으로 유도했다. 이후 단자회사는 투자금융회사로 발전하게 된다.
또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려면 장기자본 조달방안이 있어야 했으나 당시엔 증권시장이 매우 취약했다. 이에 정부는 1972년 기업공개촉진법을 제정하고 1974년에는 특별조치를 통해 공개기업과 비공개기업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기업공개를 유도했다. 이 같은 제도 개혁으로 기업의 원가 중 금융비용 비중은 1970년 8.8%에서 1973년엔 4.4%로 하락했다.
제도적 틀을 제때 만드는 것은 성장을 지속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틀을 통해 생산,소비,저축,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국민경제의 자생적 성장이 가능하다. 반면 이것에 실패하면 재원을 계속 외부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고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도중에 주저앉는 이유는 이 같은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공요인의 둘째는 제도개혁에 따른 기득권층의 저항을 뿌리쳤다는 점이다. 1970년대 후반 전자시대로의 전환을 예로 보자.당시 전화 놓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해결책은 전화교환 방식을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꾸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계식을 생산하는 기존 업체의 반대 로비가 치열했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심의과정에서 난데없이 전화기종은 '체신부가 채택해 사용하는 기종'으로 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는 기존의 두 업체 기종만 허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이 문구는 삭제됐고 이후 전자교환기의 경쟁체제가 전개됐다. 생각하면 참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제개발은 필연적으로 낡은 질서의 타파와 기득권의 포기를 요구한다. 당연히 기득권층은 반발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난다.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쳐 제도개혁에 실패하고 성장이 좌절되는 사례는 너무 흔하다.
수십년 전 개발경험은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는 지금 몇 년째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한편 세계화로 경제 환경은 새로운 제도적 틀을 요구한다. 그래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제도적 틀을 적시에 만드는 것,그리고 제도개혁에 따른 기득권 저항을 돌파하는 것,이 두 가지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우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낡은 관치체제에 있지 않은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해놓고는 기득권층이 반발하자 변형된 형태로 임금을 보장하려 하지 않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