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의 동력인 기계류 설비투자가 8년만에 감소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기계류 투자 규모(명목)는 지난해 96조9천7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50억원 하락했다. 2001년 3조8천200억원 감소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계류 투자 감소폭은 전체 설비투자 감소폭(4천610억원)의 4배를 넘었다. 실질 증가율은 -13.0%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기계류 투자가 총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1%로 1998년(6.55%) 이후 가장 낮았다. 총 소비와 비교하면 9.82%로 197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 한자릿수로 내려갔다. 지난해 생산과 소비가 소폭 늘어난 가운데 기계류 투자가 유독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이중침체(더블딥) 우려가 제기돼 기업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 기계류 투자 감소의 배경이 됐다고 추정했다. 또한 환율 상승으로 기계류 설비 확충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기계류 투자가 위축되면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기계류 투자는 생산력을 늘리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올해도 성장에 소비와수출 부문은 이바지하겠지만 투자는 그러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