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우월주의 조직의 지도자가 피살되면서 흑백 간 인종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치안 문제가 부각되며 '월드컵 특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BBC방송과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 등에 따르면 남아공 북서쪽 벤테르스도르프의 한 농장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인 외젠 테르블랑슈(69)가 지난 3일 농장의 흑인 청년들과 임금 체불 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피살됐다. 체포된 21세 청년과 15세 소년은 "농장에서 일한 임금을 받지 못해 말다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테르블랑슈는 남아공 극우조직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토착 백인) 저항운동(AWB)'을 이끌면서 백인만의 국가를 건설하고 흑인에겐 임시 노동자 자격만 주자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앙드레 비사기 AWB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흑인이 백인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며 "테르블랑슈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보복할지 논의하겠다"고 경고했다.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정책)가 폐지된 1994년 이후 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농장 소유주는 거의 백인이며,1997~2007년 농장주와 고용인 1248명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남아공의 흑백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극심해진 흑백 간 경제력 차이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문제가 많던 치안 상황에 흑백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월드컵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드 셔본 축구 애널리스트는 "남아공의 인종주의 갈등은 폭발 직전까지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세계적인 광산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에 광산이 있는 리오틴토,BHP빌리턴,엑스트라타,앵글로아메리칸 등은 자칫 철광석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