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광주 · 전남 혁신도시에 땅을 사긴 했는데 내년 6월에나 착공한답니다. 41층짜리 빌딩을 짓고 정부 약속대로 2012년까지 옮기려면 최소한 올해안에는 첫삽을 떠야 하는데 말이죠."

국토해양부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21개 국가 소속기관이 보유 중인 34개 부지를 내년까지 모두 팔아 사업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한 4일 광주 · 전남 혁신도시 건설을 지원하는 나주시청 관계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기존 부지 매각이나 신청사 부지 매입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속도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혁신도시 속도 내겠다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사업을 2012년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가닥 잡히든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작년 4분기 이후 수 차례 강조했다.

이전대상 25개 공공기관 보유 부지 38개를 내년까지 팔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는 올해 우정사업정보센터,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국세청기술연구소,국립수의과학검역원,지방행정연수원,국립경찰대학,국방대학교,농촌진흥원,법무연수원 등 21개 기관,25개 부지를 팔기로 했다. 주거 · 상업지역에 있는 서울 광진구 우정사업정보센터 등 11개 부지는 경쟁입찰로,지방자치단체가 공원 · 교육시설 등으로 쓰려고 하는 수원 지방행정연수원 등 7개 부지는 해당 지자체 우선매각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토부는 이들 부동산을 팔아 혁신도시 내 이전 부지 매입과 신청사 건축비 등으로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전 대상 국가 소속기관이 보유한 부동산은 41개 부지로 지난해 3개 부지가 매각됐으며 나머지 13개 부지는 내년에 매각한다.

◆혁신도시측,이전기관 손놓고 있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나주시청 관계자는 "광주 · 전남이 진척이 빠른 편 아니냐"고 묻자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전파진흥원의 경우 이전사업팀을 없앴다가 최근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1명에게 다시 맡겼다"며 "부지매입과 사옥건축에 중요한 자금줄인 기존 부동산 매각도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전대상 기관들의 기존 부동산 매각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기는 120개 공공기관 중 사옥이나 토지 등을 갖고 있는 곳은 총 97개로 현재까지 3개 기관(수산물품질검사원,농업과학원,농수산물품질관리원)만 보유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들 3개 기관도 모두 국가소속기관이다. 2011년까지 21개 국가소속기관이 보유 부동산을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나머지 73개 일반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새 청사 설계나 부지매입도 부진하다. 120개 공공기관 중 △혁신도시에 땅을 산 공공기관은 26개(21.7%) △청사설계 등에 착수한 기관은 29개(24.2%)에 불과하다. 2012년까지 이전하려면 청사설계를 올해 마쳐야 하는데 작년 4분기 이후 청사설계 공모에 착수한 기관은 단 4곳이었다.

부산시 남구 문현혁신도시에는 대한주택보증,증권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옮겨올 예정이지만 부지 매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도구 동삼혁신도시도 한국해양수산개발원,한국해양연구원,국립해양조사원,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이 이전키로 돼 있지만 공사를 시작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부산혁신도시 관계자는 "혁신도시 이행 약속이 본격화된 작년 4분기 이후 의미있는 진전은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규호/부산=김태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