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서방 국가들의 운명이 바뀌었다"며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금융위기 이후 보다 역동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한 한국 등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난 시점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세계 무역 및 금융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금융위기의 반작용으로 보호무역과 과도한 금융규제 위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막는 데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20~21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리는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특별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 메이저 전 총리로부터 세계 경제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었다.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 구축과 G20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의 변화는 동 · 서양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대부분 서방 국가들이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고통을 겪는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단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창출될 것이다. 20일 연설을 통해 이 같은 기회가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 "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보는지.

"일단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본다. 다만 각 나라들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면서 한차례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 등 과거의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한다면 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할 방법은.

"금융위기로 각국은 재정 건전성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해 나라별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고 유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금융위기로 인해 '신(新)자유주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는데.

"앞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를 다루는 규칙은 좀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전체 경제시스템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되지만 전체 시스템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본다. "

▼한국은 올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이번에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세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를 막고 금융위기에 대응해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막아야 한다. 한국이 이에 대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한국 정부의 대처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냈다. 금융위기 이후 더욱 현대적이고 활기찬 경제로 탈바꿈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이에 대해 칭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

▼한 · EU FTA에 대한 평가는.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은 위대한 진전이다.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 한 · EU FTA가 비준되면 한 · 미 FTA 비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두 FTA는 한국에도 중요한 일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는데.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까지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또 그리스의 경제 규모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에서 위협은 되지 않는다. 유로화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유럽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것이므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

▼앞으로 유럽연합(EU)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중부유럽과 동유럽의 EU 미가입 국가들을 새 회원국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작년 말 개정된 리스본조약(Lisbon Treaty)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하고,유럽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오는 6월 이전 영국에서 총선이 치러진다. 보수당의 집권 가능성은.

"차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노동당이 1997년 집권한 이후 영국 경제는 경쟁력을 상실했다. 현재 영국은 투명하고 새로운 집권 세력에 의한 정치 · 경제적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

이호기/이상은 기자 hglee@hankyung.com

존 메이저 前 영국 총리 프로필

△1943년 런던 출생
△1959년 그래머스 스쿨 중퇴
△1968년 지방의원 당선
△1979년 하원의원 당선
△1987년 재무차관
△1989년 외무장관,재무장관
△1990년 총리 취임
△1997년 총리 퇴임
△크레디트 스위스 고문(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