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nterview]① 최원영 “훈남? 실제로는 거친 짐승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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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부드러운 커피한잔 하고 싶은 남자, 배우 최원영.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계백’ 역으로 거친 남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눈길을 모은 그는 새로운 드라마 ‘이웃집 웬수’를 통해 반듯한 청년으로 변신,180도 다른 남성적인 매력으로 본격적인 여심(女心) 사냥에 나선다.
환한 미소와 함께 그 뒤에 숨겨진 카리스마를 담은 ‘이중적인’ 남자, 최원영의 '양파 같은' 속마음을 들어봤다.
# “수없이 떨어진 오디션, 연기 열정에 불지폈죠”
‘최원영’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뭘까. 아마도 ‘선덕여왕’이 아닐까. 짧은 출연이었지만 그의 등장은 작품의 또 다른 비밀병기라 칭해지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그는 영화 ‘색즉시공’을 시작으로, ‘생날선생’, ‘연애술사’, ‘시실리 2km’, 드라마 ‘선덕여왕’, ‘두 아내’, ‘너는 내 운명’ 등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가진 데뷔 9년 차 배우다.
그의 연기 인생은 그랬다. 긴 호흡의 작품이건, 짧고 임펙트 강한 출연이건 작품 안에 스며드는 연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작품의 빛을 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경우에도, 대작을 통해 유명세를 치러보자는 계획된 준비가 아닌, 우연한 기회를 잡은 행운이었다.
“이틀 전에 대본을 받고 출연이 결정됐죠. 때문에 ‘계백’이 저에게 큰 영향을 줄 거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범국민적인 드라마에 잠깐이나마 출연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연기를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기뻤죠.”
최원영의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은 처음에도, 지금도 똑같단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나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으면 출연하자. 그래서 수없는 작품에 오디션을 봤고, 고배도 많이 마셨다.
“아쉬운 작품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출연하지 못한 작품은 모두 여운이 남고 그래요. 하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제 연기관을 만들어 줬죠. ‘연기 못한다는 말 만큼은 듣지 말자’ 이게 바로 저만의 무기고, 연기관이랍니다.”
# ‘색즉시공’의 당돌남에서 ‘이웃집 웬수’가 된 남자!
최원영의 데뷔작은 영화 ‘색즉시공’이다. 흥행작을 통해 연기에 입문했다는 점에서 행운아라고 볼 수 있지만, 정작 진정한 행운은 캐스팅 비화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중 ‘색즉시공’ 대본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역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감독님께 말했죠. 그 역을 제가 한다면 영화는 망할 거라고요.”
아직 충무로에 발조차 내딛지 못한 새내기가 감독에게 던진 당돌한 한마디는 결국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비운을 맛보게 했다. 그러나 결국 그에게 ‘연기 데뷔식’이라는 행운을 안겨주게 되는 계기 또한 됐다.
오디션을 봤던 캐릭터가 아닌 그가 욕심을 냈던 ‘주인공의 친구’로 결국 캐스팅이 된 것.
“성격이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캐스팅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줬을 수도 있죠. 하지만 함께 작업한 감독님이나 작가, 그리고 스태프들과는 끈끈한 우정으로 마무리 지어요. 그것이 단점이자 장점으로, 지금까지 작품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죠.”
의리파 최원영은 결국 과거 출연작 ‘하늘만큼 땅만큼’의 작가의 신뢰로 SBS 새 주말극 ‘이웃집 웬수’에 주연으로 전격 캐스팅되는 행운을 안았다.
극중 구김살 없고 거침없는 성격의 반듯한 청년 ‘채기훈’ 역을 맡은 최원영은 상대역의 한채아와 함께 극의 또 다른 재미를 이끌어주고 있다.
# “연기 잘해야 한다는 콤플렉스”…아직은 춥고 배고픈 배우 최원영
미술학도에서 공연무대 디자이너로, 그리고 배우가 되기까지. 여느 배우들과는 달리 그는 과거(?)가 있는 배우다.
그러나 ‘뚝심어린 한마디’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금은 안방극장의 주, 조연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른 배우들처럼, 연극영화과나 연기 아카데미 출신도 아니고 데뷔가 이른 것도 아니어서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전작이나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들 알아봐 주시지 않느냐 묻곤 하시는데, 아직 멀었죠. 과분한 평가시고요.”
최원영은 자신을 ‘럭키가이’라고 생각한단다. 좋은 기회가 오고, 그것을 잡고야 마는 행운의 사나이라는 것.
“배우라는 직업은 자신과의 싸움, 즉 인내의 연속인 거 같아요. 좋은 기회도 잡아야 하지만 그 ‘때’를 잘 기다려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서두르지 않아요. 하늘이 주시는 그 ‘때’를 기다리죠. 그리고 ‘최원영? 한번 하지 뭐’ 정도의 평을 얻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 딱 죽을 만큼 연기하죠.”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뚝심’을 지닌 남자 중에 남자 최원영, 그의 매력은 벗기면 벗길수록 또 다른 속이 나오는 양파다.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의사, 변호사 등 중후하고 좋은 역할만 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악역을 찾고 있거든요. 거친 남자도 좋고... 제 친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영화 <사랑>의 주진모를 보면서 너를 떠올렸다’라고. 실제 전 거칠고 남성적인 성격이 강해요. 그래서 다음에는 정말 비열한 남자를 연기해보려고요(웃음).”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