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성격일수록 빚을 많이 지고 지방도 더 축적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빚과 비만이 귀찮은 일을 미루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만이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의학적 통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분석까지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현대인은 빚더미 속에서 살아간다. 학자금을 빌려 대학을 다니고,직장에 들어가 월급을 타면서도 카드 돌려막기와 가불을 밥먹듯 하게 된다. 옷이나 차,가구를 할부로 구입하는 게 일상화됐고 집을 살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다수가 가불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빚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빚은 1754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2192만원의 80%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06년 73.8%,2008년 77.8%로 급등하다가 지난해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으로 80%를 돌파했다. 말할 것도 없이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아진 탓이다. 지난해에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3.5%에 그친 반면 부채 증가율은 6.3%였다.
회계상으론 부채도 자산이라지만 과다한 빚은 생활을 짖누르고 사는 즐거움마저 앗아간다. 일단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면 헤어나기 어려운 게 요즘 사회다. 대부업체 2만3000여곳의 대출금이 10조원을 넘는다는 통계만 봐도 그렇다. 가혹할 정도로 높은 이자를 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빚을 내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다는 얘기다. 쓰고 싶은 대로 쓰면서 빚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게다. 그저 '버는 것보다 적게 쓴다'는 원칙을 미련하게 지키는 수밖에.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