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EBS 강의에서 출제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따라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수능 문제집을 출판하는 사교육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EBS를 제외한 각 출판사의 지역별 영업을 담당하는 '총판' 업체들 가운데는 최근 들어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곳마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 1~3월 고교 참고서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EBS 관련 참고서의 경우 같은 기간 42%나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0개 브랜드를 합치면 매출의 절반을 EBS에 빼앗긴 셈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관계자도 "이곳에서만 EBS 고교 참고서의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며 "수험생을 중심으로 문제집 수요가 큰 3월이었음에도 EBS를 제외한 나머지 출판사들의 문제집은 재고가 쌓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 온라인 서점 및 전국 소규모 일반 서점의 사례까지 합치면 각 출판업체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교보문고에서 EBS문제집만 10여권을 산 재수생 이다경씨는 "다니는 학원에서 최근 수업용 교재를 모두 EBS로 바꿨다"며 "EBS에서 다 나온다는데 안바꿀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교과부 발표 이후 수험생들의 'EBS 쏠림'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 EBS 인터넷 수능 강의 접속 횟수는 종전 하루 평균 18만3000건에서 발표 이후 49만여건으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기존 50% 정도였던 EBS의 참고서 시장 점유율도 급속도로 높아져 현재는 80%에 이른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일선 고등학교 및 학원들도 방과후 수업 등에서 사용할 문제집을 대부분 EBS 교재로 채택하면서 다른 출판사들의 지역 총판 중에는 문을 닫는 곳마저 속출하고 있다.

E출판사의 노원 · 도봉 · 성북 · 강북지역 총판을 맡고 있는 S서적 대표 김모씨는 "지역의 학교,학원들이 모두 EBS만 찾아 EBS 문제집을 취급하지 않는 우리 같은 업체들은 한 권도 못 팔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규모 총판 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커 이 지역에서만 3월 들어 두 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J출판사 관계자도 "사실상 거의 팔리는 문제집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3월뿐만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이 올 한 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실정"이라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