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해 회사에서 퇴직한 이민호씨(58)는 몇년 전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과 퇴직금 등 20억원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고 이자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거액을 예치해 놓아 이자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 소득이 줄어들 것 같아 불안하다. 이자수입을 늘릴 수 있는 자산 배분 전략이 궁금하다.

A 이씨는 총 20억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본인과 부인,자녀 등의 명의로 예금을 분산해 놓고 있다. 연 4%가량의 이자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제외하고도 월 564만원의 이자소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과 물가가 상승할 것을 생각하면 안전자산 일변도의 자산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에 대비할 필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1%포인트가 넘는 큰 폭의 금리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예금 금리가 연 7~8%대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씨와 같이 이자소득에 의존해 살아가는 경우 은행 예금으로만 자산을 운용해서는 갈수록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만약 예금 이자율이 연 3%로 낮아진다면 이씨의 월 이자소득은 지금보다 25% 적은 423만원으로 감소한다. 20억원의 예금을 가진 사람이 이 정도라면 예금 규모가 그보다 작은 이자소득자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위험 요인은 저금리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도 이자생활자의 적이다. 물가가 연간 4% 오르면 금리 변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자수입의 실질 가치가 4%가량 감소한다. 다른 투자수단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지 않으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원금보장형 ELS로 안전성 확보

이씨처럼 퇴직 후 이자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수익률을 높이되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확보하는 것을 자산 운용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자소득 외에 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에서는 저축은행 정기예금과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할 만하다. 전액 시중은행에 들어가 있는 예금 중 3억원을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옮겨놓을 것을 권한다. 저축은행 예금은 금리가 연 5% 안팎으로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같은 금액을 예금했을 때 시중은행보다 25% 많은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다. 단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파산할 위험이 높으므로 한 두개 은행에 거액을 몰아놓기보다는 우량 저축은행 5~6곳을 골라 4000만~5000만원씩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예금 중 2억원 정도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할 만하다. 원금보장형 ELS는 코스피 상승률에 따라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도 원금 손실은 일어나지 않는 상품이다. 요즘에는 원금 보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3%의 최저 수익을 보장하는 ELS도 있다. 만기는 1년짜리가 대부분이다.

저축은행 예금 및 ELS와 별도로 2억원 정도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예치해 비상예비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최근 CMA 수익률이 연 2%대로 낮아졌지만 수익보다는 여유자금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수익률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채권 펀드에도 분산 투자

메자닌(mezzanine)채권도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메자닌은 원래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를 뜻하는 말로 투자 위험도와 수익률을 따졌을 때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을 가리키는 용어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대표적인 메자닌 채권이다. CB와 BW는 일정한 이자를 지급받다가 적당한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A등급 이상의 채권도 수익률이 연 6%로 비교적 높기 때문에 이자생활자라면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마쳤다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형 펀드에도 일부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때 펀드의 구성은 국내 성장가치주형 펀드 60%,브릭스 펀드 40%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투자 방식은 거치식보다는 적립식으로 해야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남는 자산은 변액연금에 투자해 10년 이상 지난 시점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50대 후반의 나이는 노후자금 마련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지만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므로 여유자금이 있다면 장기 상품에 투자해 70대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투자 수익에 세금이 붙지 않고 중도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만기에 원금을 보장받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같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 전체적인 기대수익률이 연 7~8%로 높아져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