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리콜 사태의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던 일본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시장 재탈환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 '100만대 리콜 굴욕'으로 일본 2위 자동차 기업 명성에 금이 간 혼다는 현재 세계 16개국에 흩어져 있는 부품공장 2200개를 2013년까지 1000여개로 줄여 비용 절감과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혼다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 치우쳤던 생산라인의 중심도 신흥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가 단계적으로 실시될 경우 현재 3조~4조엔(약 36조9000억~49조2000억원)에 달하는 혼다의 부품 조달 비용은 1000억엔(약 1조2300억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혼다가 이처럼 강도 높은 생산기지 감축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해외 공장을 넓혀오면서 세심한 품질관리에 실패한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혼다는 지난 1~2월 이미 두 차례 대규모 리콜을 실시해 '제2의 도요타'가 될지 모른다는 경고에 직면해왔다. 혼다는 1월 소형차 '피트'에 대해 창문 스위치 결함으로 64만6000대 리콜에 들어갔으며,2월엔 인기 중형차 '어코드'의 에어백 결함 등으로 43만7000대를 또다시 리콜해 올 들어서만 총 108만여대를 리콜했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변신 움직임은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순수 전기차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쓰비시자동차와 미쓰비시의 강력한 라이벌인 닛산은 최근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하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닛산은 4월부터 일본 시장에서 전기차 '리프(Leaf)'의 예약 주문을 받아 오는 12월부터 차량 인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376만엔(약 4620만원)이며,에코카(친환경차) 구입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299만엔(약 3660만원)으로 내려간다.

이에 질세라 미쓰비시는 전기차 '아이미브(i-MiEV)'의 실질 소비자가격을 당초 예정가보다 약 61만엔 낮춘 284만엔(약 3490만원)으로 결정했다. 에코카 보조금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가격은 대당 398만엔(약 4890만원)이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전기차 가격을 대당 300만엔 아래에서 판매하지만 차량에 탑재한 2차전지 가격만 200만엔대인 점을 감안하면 분명 '출혈'경쟁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촉진과 일반 자동차와의 판매 경쟁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리콜 쇼크의 진원지인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다시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역시 교도통신이 전했다.

도요타 미국 판매법인의 짐 렌츠 사장은 3월 미국 신차 판매가 무이자 대출 확대와 2년간 차량 유지비용 무료 서비스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리콜 여파로 1월과 2월 미국에서 도요타의 신차 판매는 각각 15.8%,8.7% 감소했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