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5명 목숨끊어..10년새 49% 급증
노년층ㆍ이혼자ㆍ중년 남성 3대 `자살 위험군'

탤런트 고(故)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6개월 만에 동생 진영(39)씨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남매의 자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 1위라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최근 10년 새 자살자 수가 49% 증가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자살 문제를 방관할 수 없게 만든다.

자살 통계를 철저히 분석해 `자살 고위험군'을 파악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자살 사망률, 10년새 OECD 4위→1위

2008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사람의 수는 1만2천858명을 기록했다.

하루 자살자 수는 35.1명에 달한다.

언뜻 봐서는 우리나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힘들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OECD 회원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8년 24.3명에 달했다.

자살자 수가 가장 적은 그리스의 2.5명에 비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우리나라보다 자살자 수가 훨씬 적다.

29개 회원국 중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15명 미만인 나라가 24개 국이다.

20명 이상은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헝가리(21명)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자살자 수 1만2천858명은 10년 전인 1998년의 8천622명에 비하면 49%나 늘어난 수치다.

OECD 회원국 중 10년 새 자살자 수가 급증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빼고 거의 없다.

이에 따라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0년 전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4위였으나 2008년에는 1위로 올라섰다.

통계청의 이지연 사망원인팀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고 암 사망자 수도 별로 늘지 않았으나, 자살자 수만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세계 유례없는 노인 자살 `폭발'

자살자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자살자 중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위험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나라 노년층의 자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8년 1천165명이던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수 수는 2008년 3천561명으로 늘어 10년 새 205% 폭증했다.

이는 전체 자살자 수의 증가율 49%의 네배가 넘는 수치다.

노인 자살의 심각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실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겨질 정도다.

2005년 OECD 회원국 평균치를 보면 자살자 수는 노년기에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55~64세의 14.5명에서 65~74세의 16.3명, 75세 이상의 19.3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55~64세의 42.7명에서 65~74세의 81.8명으로, 75세 이후에는 160.4명으로 급증했다.

`폭발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묘사할 수 없는 수치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이구상 팀장은 "노인 자살률이 급등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으로, 사회안전망 미비나 경제적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혼자ㆍ중년 남성도 `위기'

노인 자살의 폭발 다음으로 뚜렷한 특징은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배우자와 헤어진 사람의 자살률이 극히 높다는 점이다.

2008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15세 이상)를 보면 배우자가 있는 남성의 자살자 수는 35.9명인 데 비해 이혼한 남성은 무려 142.2명에 달했다.

또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도 142.8명을 기록했다.

여성 자살자 수도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이혼자, 사별자 간에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또 40대 이상의 중ㆍ노년층에서는 미혼자의 자살율도 이혼자나 사별자 못지 않게 높아졌다.

중년 남성도 `위기'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자살 위험 집단으로 여겨진다.

여자의 경우 20대에서 50대까지 자살율의 증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2008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보면 여자는 20대 23.0명에서 30대 21.0명, 40대 18.4명, 50대 15.2명으로 50대까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살율이 오히려 줄어든다.

하지만 남자는 정반대다.

30대 28.3명에서 40대 38.1명, 50대 50.5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60대 이상에서는 남녀 모두 크게 늘지만 40~50대만큼은 `중년 남성의 위기'라고 부를 만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영식 통계개발팀장은 "이혼자나 사별자는 큰 정신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년 남성은 구조조정의 불안이나 노후 준비의 압박감, 가정 내 소외감 등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자살 위험이 다른 집단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