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놓고 투자자-기업-회계사 "네 탓"…시장외면 우려
투자자 "기업.회계법인 믿고 투자…손실 불가피" 울상


증권팀 = 코스닥시장에서 상장기업들의 퇴출이 속출하면서 투자자와 기업, 회계법인 등 시장 주체들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코스닥기업이 발표한 영업실적 잠정치와 외부 회계감사를 거친 확정치가 황당할 정도로 차이가 나기도 하고, '깐깐해진' 회계감사발 증시퇴출이 속출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은 회계법인의 감사 잣대가 일관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법적인 조치까지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가 무너지면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외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감독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부실 코스닥기업들이 대거 퇴출되면서 이른바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면 향후 오히려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 내용을 정정한 코스닥기업 247개사 가운데 순손실 규모가 1억원 이상 늘어난 곳은 71개사에 달했다.

그중 순이익이 순손실로 뒤바뀐 곳이 3개사였고, 정정 결과 지난 회계연도에 자본잠식이 발생한 회사가 5개사였으며, 연간 자본 잠식률이 50%를 넘게 된 곳도 2개사였다.

영업실적을 처음 발표할 때 매출총이익을 영업이익으로 잘못 기재했다가 외부 감사인의 지적을 받고 수정한 상장사도 있었고, 법인세차감전 손실을 이익으로 기재했다가 손실로 바로잡은 기업마저 있었다.

올해 들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도 이미 상장폐지된 곳을 포함해 7개사나 됐다.

지난 26일 오후 7시 현재까지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는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기업은 28개사이며, 그와 별도로 17개사는 같은 시간까지 감사보고서를 아예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에 대한 신뢰도 하락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증선위로부터 회계감사기준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회계법인은 모두 6개사나 됐고, 한 회계법인은 올해 들어서만 2번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발표한 실적공시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상장폐지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28개 종목의 거래정지 직전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묶인' 투자 평가금액은 3천127억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네오세미테크[089240]는 보도자료를 내며 감사결과를 반박한 것을 비롯해 회계법인들이 종전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게 상장사들의 주장이다.

또 이 회사와 아구스[078670] 등의 주주들은 회사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소송과 탄원 등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결과적으로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우량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투자한 여러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