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이번 주 중 수십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의 국채 발행은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합의한 그리스 구제안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1차 평가시험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그리스 국채 발행을 담당하는 페트로스 크리스토돌루 공공부채관리국 국장과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 정부가 3월 중 국제 금융시장에서 최대 50억유로(67억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3년 또는 5년 만기물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유로존 대표들이 '국제통화기금(IMF)+유로존 회원국 양자 지원'을 골자로 하는 그리스 지원안에 합의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번 국채 발행의 성공 여부가 유로존의 그리스 구제안에 대한 실효성을 판가름할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가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IMF 개입과 유로존 지원을 실시한다"고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국채 발행의 실패는 조기 외부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그리스는 IMF의 혹독한 구조조정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스로서는 국제금융 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성공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도 "그리스가 유로존 파트너들에게 어떤 요청도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며 국채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최우선 순위로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그리스는 만기 도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5월 말까지 160억유로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이번 주 국채 발행에 성공한다면 곧이어 다음 달 초 비슷한 규모의 국채를 3년 또는 7년 만기 조건으로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전문가들은"그리스가 4월 말까지 우선적으로 100억유로가량을 조달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인 만큼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국채 발행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 국채는 상당 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발행에 성공한다 해도 그리스 정부의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초 6.7%대까지 치솟았던 10년 만기물 그리스 국채 금리는 26일 현재 6.19%까지 떨어진 상태지만,여전히 독일 국채(3.15%)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이자 부담을 안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1월 말 6.20% 금리에 5년 만기 80억유로 규모 국채를 발행했고,이달 들어서도 50억유로 규모 10년 만기물 국채를 6.35% 고금리에 발행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