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법관인사, 양형위 등서 진통 불가피

대법원이 26일 내놓은 후속 사법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판사로 임명하고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을 이원화해 전문성을 제고하며 고등부장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원제도 개선안의 취지를 일부 수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법관 증원과 법관 인사제도를 두고 양측의 안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 법조일원화 전면실시…1ㆍ2심 이원화 = 대법원이 내놓은 후속 사법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신규 임용되는 법관은 무조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한다.

검사나 변호사, 법학 교수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이들만 법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법원제도 개선안 역시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판사로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경력 10년을 판사 임용 기준으로 하는 법조일원화 방침에는 양측의 의견이 합의점이 생긴 셈이다.

대법원 개선안에는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을 나눠 판사를 따로 배치하고 전보 인사이면서도 사실상 승진인사로 받아들여졌던 고등법원 부장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 사이에 판사 순환 인사는 없어지고 1심 법원 판사로 임용된 법관은 퇴직시까지 1심 법원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동의 없이는 다른 1심 법원으로 옮기지 않는다.

1심 법원은 단독 재판부로, 항소심 법원은 대등한 3명의 고등법원 판사로 채워진 합의부로 구성되며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도 법원 내에서 보임된다.

이렇게 되면 고등법원 부장 인사를 비롯해 판사들의 전보 인사에 미치는 대법원장의 권한이 거의 없어지며, 한 법원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생길 수 있는 법관의 나태나 부패 문제는 자체적 연임심사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법무부장관이나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된 법관인사위원회를 설치해 판사의 보직ㆍ전보 발령 의결권과 연임 심의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의 독점적 인사권을 견제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과는 다른 방식이다.

대법원은 판사 임용 방식의 변화에 따른 법관 선발 기준은 물론 법관 보수 및 처우의 문제 등은 세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 대법관 증원, 법관인사안 놓고 충돌할듯 = 대법원은 25일 고법 상고심사부 설치와 법관 연임심사 강화, 판결문 전면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사법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후속 개선안을 발표함으로써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자체적 밑그림을 제시했으나 정치권과의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판사로 뽑는 법조일원화 방침에는 대법원과 한나라당이 구상을 같이 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핵심 카드로 제시한 대법관 대폭 증원과 법관인사위 설치에 대해 대법원이 자체 개선안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현재 대법원 소속으로 돼 있는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고 양형기준법을 제정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계획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기존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이 한나라당의 개혁안에 대해 `법원 길들이기'라고 비판하고 있고 자유선진당 역시 법원의 자체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어서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