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10일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jeffdsachs)는 트위터에 "월스트리트에 로빈후드 세금을 매겨라"는 글을 남겼다. 논쟁적인 이슈를 도발적으로 제기한 그의 글에는 즉각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삭스 교수는 트위터에 매달 20여개의 글을 올린다.

#2.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5일 '공화당원들이 금융개혁을 지지할까?'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http://krugman.blogs.nytimes.com)에 올렸다. 한국 트위터 사용자 @economicview는 곧바로 그의 글 중 '금융개혁이 타협을 통해 이뤄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코멘트를 따서 자신의 팔로어 300여명에게 재전송했다.

해외 경제학자들의 블로그와 트위터 소통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는 이들에게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줬다. 실시간으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경제학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경제학자는 이준구 서울대 교수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명뿐이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이메일이나 학내 인트라넷이면 충분하다"며 소통을 꺼리고 있다.

국내 경제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첫째 이유로는 '시간 부족'이 꼽힌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가와 달리 교수의 직업은 연구와 강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200여명에게 숙제를 받고 이메일로 들어온 질문에 답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논했다가 혹시라도 '필화'를 입을까 걱정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가 주변에서 욕을 먹을 것이 걱정돼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나 기업,금융회사 등을 비판했다가 관련 프로젝트에서 불이익을 입을까 우려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 경제평론가를 자칭하며 활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재야 활동가'들이다. 전문가들의 원고를 짜깁기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미네르바'가 대표적이다. 경제학자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 익명의 가면을 쓰고 인터넷에서 마구 퍼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직접 나서서 의견을 개진하기는 곤란하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