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사장부터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다. "

삼성전자 사장,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정보기술(IT) · 벤처기업 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사진)가 중소기업들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24일 코스닥협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상장법인 최고경영자(CEO) 초청 조찬 세미나에서다.

진 대표는 '중소기업과 성장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3년반 동안 투자펀드를 운영하면서 벤처기업의 팔다리를 잘라가며 분석하다 보니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며 "국가가 중소기업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가에서 세금 면제해준다고 중견기업이 되나"라고 반문하며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는 일시적인 '아스피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진 대표는 중소기업은 매출 성장에 따라 4차례의 위기가 찾아온다며 최고경영자들의 자기혁신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사업모델을 확립해 나가는 매출 1억원 △사업모델은 있지만 생산기술 효율화 등이 부족한 매출 10억원 △영업능력과 마케팅이 한계에 부딪치는 매출 100억원 △통합적인 경영능력과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매출 1000억원 등 네 단계다.

진 대표는 "초기에는 불도저 같은 CEO가 있어야겠지만 2단계에 재무,3단계에 기술,4단계에는 경영에 능한 CEO가 필요하다"며 "대기업들은 새 사업을 개척할 때 이런 단계에 따라 경영자와 조직구조를 개편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최고경영자가 오너인 중소기업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은 만큼 CEO 자신부터 혁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펀드로 기업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도 CEO의 자질을 50% 이상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삼성전자에 못지 않게 부품과 원자재를 싸게 들여오는데 그 비밀은 공동전선 구축"이라며 "다른 기업보다 싸게 물자를 조달하려 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5년 설립돼 현재 연 매출 12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반도체회사 마벨을 예로 들며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진 대표는 "대만 등 외국 경쟁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중소기업들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인수합병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그에 따르는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들이 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