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김홍도가 금강산 일대를 유람하며 그린 그림들을 본떠 그린 그림에 시문(詩文)을 붙인 19세기 '와유첩'(臥遊帖)이 경매에 출품됐다.

미술품경매사인 옥션 단은 26일 오후 수송동 전시장에서 '와유첩'을 비롯해 고서화와 근ㆍ현대 서화, 도자기, 민속품, 서양화, 대한제국 우표 등 201점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와유첩은 금강산과 강원도 일대의 명승지를 그린 그림에 문인들의 시문을 덧붙인 것으로, 그림은 1788년 단원 김홍도가 그린 70폭의 '금강사군첩'을 이모(移模.본떠 그림)한 것이다.

1816년 오헌 김계온(1773~1823)이 50여 일간 김학빈 등 조카 두 명과 함께 금강산 일대 유람을 다녀온 뒤 다른 화원에게 부탁해 '금강사군첩'을 이모한 그림에 직접 지은 161수의 시문(詩文)인 '오헌와유록'(寤軒臥遊錄)을 덧붙여 완성한 것으로, 9권에 75폭의 그림이 들어 있다.

철원의 북관정(北寬亭)부터 여주 신륵사까지 유람 순서에 맞춰 해당 지역을 그린 그림이 실려 있으며 그림의 다음 면에는 해당 지역에 대한 김계온의 설명과 관련 시문이 실려 있다.

여기에 이 화첩을 김계온으로부터 빌려봤던 당대 문인들의 시문이 함께 더해졌다.

경매되는 와유첩은 김계온과 함께 유람했던 김학빈의 아들이 화첩을 한 점 더 남기기 위해 그림은 다시 다른 화원이 이모하도록 하고 시문은 김병성(1804~1871)에게 원본과 똑같이 쓰게 해 1853년 10월 완성한 화첩이다.

김홍도의 원본은 70폭이었으나 처음 이모할 당시 강릉 김씨인 김계온의 강릉 선영을 그린 '모선재'(慕先齋) 그림 등이 더해져 원본보다 5폭의 그림이 더 추가돼 있다.

김홍도의 원본은 현재 일부만이 전해진다.

김영복 옥션 단 대표는 "와유첩의 발문을 쓴 김병성의 증손자인 사군자 화가 김진우 가의 소장본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 연대가 확실하고 글과 그림이 완벽하게 남아있는 작품으로, 그동안 사진으로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매 시작가는 15억원.
정조대왕이 1790년께부터 1797년 무렵까지 고종사촌인 김이주 집안에 보냈던 친필편지 40통도 시작가 3억3천만원에 경매된다.

정조가 추사 김정희의 양아버지이기도 했던 김노영과 그의 아버지 김이주에게 보낸 편지들로, 인삼이나 먹, 부채, 달력 등 여러 종류의 물품을 보낸다는 글 등 일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중섭이 죽기 직전인 1955년께 그린 '돌아오지 않는 강' 그림도 추정가 3억~6억원에 출품됐다.

1971년 현대화랑 전시 이후 2008년 이중섭미술관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다.

이밖에 일본의 대표적인 근대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梅原龍三郞)가 조선의 진사포도문백자에 꽂혀 있는 장미를 그린 '조선백자에 핀 장미'(추정가 2억원)와 20세기초 유영국 등과 함께 추상미술 활동을 했던 이규상의 유화 '구성'(추정가 3억원)도 출품됐다.

옥션 단은 인사동에서 통문관을 거쳐 문우서림을 운영하며 KBS '진품명품' 프로그램 감정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김영복 씨가 설립한 신생 미술품 경매사로 이번이 첫 경매다.

경매작품은 19~25일 수송동 전시장에서 미리 볼 수 있다.

☎02-730-5408.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