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사건 당시 재판장 "정황상 혐의 인정되는데도 부인만 하더라"

여중생 살해 혐의를 받는 김길태(33)는 과거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을 때도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길태는 2001년 5월 30일 오전 4시50분께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주택가 골목에서 새벽기도 차 교회로 가던 김모(당시 32세.여) 씨를 흉기로 위협해 친구 집으로 끌고 갔다.

30분 후 그는 다시 피해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다음 달 8일 0시10분까지 감금했다.

김길태는 이처럼 감금한 상태에서 흉기로 위협, 피해자를 성폭행한뒤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눈을 가리기도 했으며 외출할 때는 달아나지 못하게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당시 피해자가 감금된 김 씨 집 1층에는 부모가 살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술에 취해 잠든 사이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의 신고로 붙잡혔지만 김 씨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 씨는 당시 법정에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가 유혹의 눈빛을 보낸 것이 계기가 돼 성관계를 갖고 합의로 한동안 함께 지낸 것"이라며 엉뚱한 주장을 폈다.

기도를 마치면 남편과 아이들의 출근과 등교 준비를 해야 하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주부가 길에서 우연히 처음 마주친 남자에게 유혹할 리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도 김 씨의 변명은 일관됐다.

김 씨의 계속된 부인에 당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감금장소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벌이기도 했다.

현장검증 이후에도 김 씨는 "피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탈출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직에 있을 때 당시 1심 재판을 맡았던 박 모 변호사는 "워낙 흉악범이라 당시 사건을 기억한다.

엄청난 공포분위기 속에 피해자를 감금하고도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범죄혐의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이때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김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됐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