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습한 공기가 시베리아 한기 만나 발생"

9일 저녁부터 10일 아침까지 한겨울에나 볼 수 있는 큰 눈이 내려 전국을 놀라게 했다.

3월 하고도 중순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전국적으로 `때늦은 큰 눈'이 내리기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대관령의 적설량(예전에 내려 쌓인 눈과 얼음의 두께 포함)이 108.0cm에 달하는 등 강원 산간과 영동에는 몇일째 폭설이 이어졌고, 전국적으로도 서울에 13.5cm의 눈이 쌓이는 등 비교적 고르게 10㎝ 안팎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계절적인 요인과 비계절적인 요인이 결합해 전국적으로 때늦은 폭설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는 3월 초순부터 한동안 계속됐던 따뜻한 봄날씨로 우리나라 내륙의 대기 하층(지면으로부터 약 1km 상공까지)의 낮은 지면 부근에는 습하고 온난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비계절적 요인은 시베리아 고기압에 동반된 영하 35도 가량의 매우 찬 공기가 마치 이단아처럼 따로 떨어져 나와 약 5km 상공에서 우리나라에 접근해 온 점이다.

이 두 요인이 겹치면서 상하층 대기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우리나라 자체에서 눈구름대가 발달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1월 초 서울 지역에 관측사상 최대 폭설인 25.8cm의 눈이 내렸던 때와 유사한 기상 상황이다.

북쪽 대륙에서 들어온 매우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비교적 따뜻하고 습기 많은 남쪽의 공기 덩어리와 부딪히면서 큰 눈과 대기 불안정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에서 눈구름대가 접근한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가득 차 있던 우리나라 육상 내륙에서 눈구름대가 생긴 점이 이번 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해안의 경우 이미 다른 요인으로 눈이 연일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9∼10일 한반도 자체 눈구름대가 가세해 눈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이 지역에는 지난 6일께부터 찬 시베리아 고기압이 북한과 만주를 지나가면서 차고 습한 동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이 동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상당히 많은 눈이 연일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눈은 기온이 낮은 12월이나 1월에 자주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폭설은 오히려 날씨가 다소 풀리는 2∼3월에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상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온이 낮으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적어 눈으로 내릴 수분도 많지 않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그만큼 대기 중 수증기 함량도 커지므로 갑자기 한기가 유입됐을 때 눈의 양도 많아질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른 봄에 눈이 내리는 경우는 겨울에 비해 드물지만 일단 눈이 오면 폭설로 변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