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 리모컨이 확 바뀌고 있다. 버튼 수가 많고 너무 복잡해 수수께끼 상자 같은 느낌을 주던 것이 최근 쓰기 편하도록 변신하고 있다. 버튼 수가 크게 줄었고 많이 누르는 버튼은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 단순히 TV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문형비디오(VOD),t커머스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온갖 기능을 리모컨에 적용했다가 요즘 들어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덕분에 버튼이 많고 기능이 복잡다단해 리모컨 사용법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던 불편이 없어지고 있다.

◆크게 개선된 디자인과 편의성

브로드앤IPTV를 서비스하는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디자인과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전용 리모컨을 내놓았다. 길쭉한 형태의 전형적인 TV리모컨 형태가 아니다. 휴대폰 크기로 줄여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디자인도 깔끔하다. 검정이나 흰색 일색의 기존 리모컨이 아니다. 흰색과 빨간색을 조합해 단순하면서도 차별되도록 디자인했다. 부드러운 곡선 처리를 해 손으로 쥐었을 때 느낌이 좋다.

가장 큰 변화는 버튼 수다. 브로드앤IPTV 리모컨에는 채널번호를 누르고 정보 검색을 하는 데 필요한 숫자 · 문자 버튼,8개의 기능 버튼,4방향 조이스틱이 전부다. 꼭 필요한 버튼 외에는 과감히 없앴다. 많이 쓰지 않던 버튼 기능을 IPTV 내에서 사용자환경(UI)으로 대체했다. 이 덕분에 60개 안팎이던 초창기 리모컨에 비해 버튼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일부 PC 마우스에 적용되는 트랙볼(trackball) 같은 조이스틱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메뉴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다. 메뉴를 뒤져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았다면 조이스틱 가운데를 꾹 누르면 된다.

KT와 LG텔레콤은 버튼의 위치와 크기 등을 조정해 사용성을 높였다.

LG텔레콤은 이용자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채널 버튼'과 '음량 버튼'을 리모컨을 쥔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 쉬운 위치로 옮겼다. 모서리를 직각이 아닌 둥근 라인으로 처리해 잡는 느낌을 개선했다. 초창기에 비해 크기와 무게도 줄였다. 리모컨으로 좋아하는 채널을 미리 지정해두고 즐겨찾기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전체 이용고객의 선호 콘텐츠를 1위에서 19위까지 클릭 한번만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KT의 쿡TV 리모컨은 VOD 시청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VOD 컨트롤 버튼을 다양하게 갖췄다. 빨리 감기는 물론 10분 건너뛰기 버튼도 있다. KT는 앞으로 동작인식형 기술,마우스형 기술을 리모컨에 적용할 계획이다. TV 화면에 컴퓨터처럼 커서가 생겨 커서를 옮겨가며 채널이나 음량 조절,인터넷 검색 등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닌텐도 게임기 위(Wii)처럼 리모컨을 쥔 팔을 움직이면 이를 감지해 커서가 따라 움직이는 동작인식 기술을 적용한 리모컨도 개발 중이다.

◆맞춤형 기능도 제공

가족 중 누가 TV를 보느냐에 따라 리모컨의 색깔이 바뀐다. 맞춤형 리모컨 기능이다. SK브로드밴드의 '미(Me)TV' 서비스가 그것이다. 아빠 엄마 아기 등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설정하고,즐겨보는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TV에 등록된 캐릭터에 따라 브로드앤IPTV 전용 리모컨 테두리에 있는 LED 색깔이 바뀐다. 미TV에서 가족별로 노란색,빨간색,파란색,보라색,초록색 등 5개 색깔 중 하나를 골라 설정할 수 있다. 단순한 도구에 그치던 리모컨이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단말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TV를 시청하다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 리모컨을 찾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많다. 온 가족이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일쑤다. 브로드앤IPTV 리모컨은 이럴 때 유용하다. 셋톱박스와 연결된 단말기의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리모컨에서 벨이 울리며 LED 불빛이 깜빡거려 쉽게 찾을 수 있다.

브로드앤IPTV 리모컨은 정보 송수신 능력이 뛰어난 주파수(RF) 방식을 쓴다. TV를 향해 리모컨을 눌러야 작동한 것과 달리 방향에 상관없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TV와 리모컨 조작자 사이에 장애물이 있어도 문제없다. 게다가 컴퓨터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페이지를 넘기는 PC 프리젠터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