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콩팥(신장)에 이상이 생길 위험이 2.7배나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박정식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서울 등 전국 7개 대도시에 사는 35세 이상 당뇨병 환자와 일반인 등 2024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당뇨병 환자는 32%에서 콩팥에 이상이 생긴 반면 일반인은 1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당뇨병 환자는 만성콩팥병이 합병됐음을 알리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미세알부민뇨와 신장 손상이 본격화됐음을 나타내는 알부민뇨가 각각 20.3%,6.4%에서 관찰돼 일반인의 7.3%,1.1%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미세알부민뇨는 하루 소변량 중 알부민이 30~299㎎,알부민뇨는 300㎎ 이상 검출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합쳐서 단백뇨라 부른다. 또 2008년 새롭게 투석을 시작한 9179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당뇨 합병증에 의한 말기신부전으로 투석받는 사람이 41.9%(3846명)에 달했다.

이처럼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고혈당으로 혈관의 노폐물 여과 및 영양공급 기능이 저하되면 미세혈관이 둥근 실꾸러미처럼 뭉쳐진 신장의 사구체도 같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콩팥 손상이 진행되면 단백뇨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점차 심해지면 부종이 발생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심해진다.

김영훈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은 기능이 50% 이하로 줄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간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과 함께 정기적인 소변 · 혈액검사를 통해 만성콩팥병의 합병증 여부를 조기 진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장학회는 당뇨병 환자는 장기적인 혈당변화 추이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HbA1c:혈당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비율) 기준을 7% 수준으로 낮추며,신장기능을 정상화시키고 혈압도 내려주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저해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등을 조기에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