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 오 오 오빠를 사랑해~ 아 아 아 아 많이 사랑해~.'

나른한 점심시간,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최신곡이 조용하던 서울가정법원 청사를 뒤흔든다. 음악의 진원지는 '방송댄스 동호회'의 연습이 한창인 탁구실.이곳에서는 정장을 벗어던지고 색색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회원들이 춤 삼매경에 빠져 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금세 전신에서 땀이 흐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졌던 몸에는 에너지가 차오르고,축 처졌던 기분이 상쾌해진다. 간단한 동작에도 실수를 연발하는 동료의 모습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방송댄스 동호회는 채 6개월이 안 된 '신생' 모임이다. 그래서 아직 '무명(無名)'이다. 지난 9월 서울가정법원 행사에서 여성 실무관들이 즉흥적인 댄스를 선보였다가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게 계기가 됐다. 탄력을 받은 실무관들은 내친 김에 전문 방송댄스 강사를 초빙해 동호회를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동호회는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현재는 50명에 가까운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5~6명이 신규로 가입해 동호회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가정법원 내 동호회로 출발했지만 동호회의 명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법원 직원도 20명 가까이 합류했다.

우리 회원들은 연습이 있는 목요일만큼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근한다. 점심시간에 스트레칭과 춤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하다 보니 점심은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평하는 회원은 없다. 오히려 춤연습을 더 원하는 회원 간 '번개' 모임이 수시로 이뤄진다. 회원들의 연령대가 20~40대로 다양하다 보니 춤연습은 한 동작 한 동작을 정확하게 배우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곡을 완벽히 소화하는 게 목표다. 곡은 회원들이 직접 선택한다. 모두 마음만은 소녀를 자처하기 때문에 당시에 가장 유행하는 걸그룹의 최신곡이 뽑히곤 한다. 지금까지 2NE1의 '아이 돈 케어',소녀시대의 '초콜릿 러브',티아라의 '처음처럼' 등의 춤을 섭렵했다. 한 곡의 춤이 완성되면 동영상 촬영을 해 회원들에게 배포한다. 실제 가수의 춤 동작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한 달간의 땀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회원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기에 매일 집에서 춤을 복습하다 보면 절로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덤이다.

우리 동호회는 지금까지 남성 직원 중심으로 이뤄져 오던 법원 내 동호회 문화를 180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들은 지금까지 축구부 탁구부 산악회 등 남성 중심적인 동호회에서 늘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우리 동호회에서는 남성 회원이 귀한 존재다. 덕분에 지난달 동호회 문을 두드린 김대휘 서울가정법원장과 송완희 사무국장은 동호회 내에서 인기 아이돌그룹 2PM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 동호회의 꿈은 소박하다. 꾸준히 춤 연습을 해서 연말 서울가정법원 행사 때 동료들에게 우리의 춤을 선보이는 것.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법원 내 춤바람(?)을 일으켜 동료들의 일상을 즐겁게 만들고,그 활력으로 법원을 찾아오는 민원인에게 친절한 미소를 짓게끔 하는 게 우리 회원들의 바람이다.

/조아라 · 윤혜영 회원(서울가정법원 가사과 실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