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죽였던 공모주 시장이 3월 봄기운을 타고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공모주 시장은 올 1월에만 증거금으로 10조원 이상을 빨아들이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2월에는 신규 상장이 주춤해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3월에는 2조원대 '빅딜'인 대한생명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가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어서 흥행 기대감이 크다.

대한생명 IPO는 국내외 대형 생명보험사의 상장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스팩은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참고할 선례가 없다.

게다가 스팩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분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공모와 상장 등에서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공모시장 관심 생보사에 집중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이번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9~10일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IR에는 신은철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대한생명은 공모물량 2억1천만주 가운데 1억290만주(49%)를 해외 주관사단에 배정했다.

공모액은 총 1조8천900억~2조3천100억원 규모로, 해외에서만 약 1조원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에서는 한국 생명보험업의 성장성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그런 기대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물량을 소화하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 물량이 배정된 우리사주 청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도 이달부터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형 공모주에 한해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 운용규정을 개정했다.

관건은 해외 물량이 충분히 소화될지에 달렸다.

일본 내 2위 생보사인 다이이치생명은 다음달 1일 도쿄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후로 삼성생명과 AIA생명이 기업공개에 나선다.

어떤 시점을 선택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를 놓고 자금유지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달 대한생명에 이어 5월께 삼성생명 상장이 예정돼 있어 증시 판도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가총액은 삼성생명이 20조원, 대한생명은 8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생명은 시총 순위 5위권, 대한생명은 20위권을 넘보게 된다.

◇ "분석불가" 스팩…청약열기 '후끈'
대한생명이 공모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스팩은 인수·합병(M&A) 이슈와 연계해 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은 공모로 자금을 유치해 상장한 뒤 3년 이내 우량 비상장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수익을 챙기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증권사로서는 투자은행(IB) 역량을 강화하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당장 오는 3일 대우증권의 그린코리아스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미래에셋 제1호스팩도 3~4일 공모청약을 거쳐 12일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PwC드림투게더스팩, 동양종금증권의 밸류오션스팩도 이달 중순 청약을 진행한다.

그밖에 증권사들도 서둘러 스팩 설립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달 그린코리아스팩 청약에서 증거금으로 1조1천416억원이 몰렸다.

스팩은 얼마나 우량한 비상장사를 발굴해 인수에 성공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바꿔 말하면 1~2년 이상 소요되는 M&A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모가에 이어 적정주가 등에 대해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스폰서(발기인)를 대상으로 한 사모 발행가보다 공모 발행가가 크게 높게 책정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표이사의 기업 발굴 및 인수 역량이 관건이 되겠지만, 인수 대상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적정가치를 분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장 프리미엄에 주가가 급등락하며 심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원론적으로만 보자면 최종 목표인 기업 인수에 나서기 전까지는 주가가 상승할 요인이 많지 않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팩 자체의 본질 가치에는 해답이 없다"며 "적정주가는 M&A가 이뤄질 때 판단하는 것이고 이전까지는 횡보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유럽 등 선진국 경우에도 주가가 횡보하다가 M&A '딜'이 발표되고 나서 움직였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이준서 신창용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