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 탓" vs "모럴해저드 탓"…법정서 결론날듯
MB정부 `자율고 정책' 대대적 손질 불가피


올해 처음 운영에 들어간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율고)에서 발생한 `부정입학' 사태는 무더기 입학취소 사태로 귀결됐지만, 해당 학생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자율고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대한 교육당국의 준비 소홀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자율고 정책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교육청과 학부모 `네탓 공방' = 시교육청의 무더기 입학취소 결정에 학부모들은 `합격취소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가 법정에서 가려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연 학부모 20여 명은 "학교가 잘못해 빚어진 일의 책임을 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느냐. 법원에 합격취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응시한 학생들이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학교들의 적극적인 지원 권유에 속아 응시한 학부모들이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모호한 규정과 학교들의 적극적 권유로 불법사태가 빚어진 만큼, 학생과 학부모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녀가 이미 1∼2월 예비학교 등을 통해 학교친구들을 사귀고 얼굴도 알려진 만큼, 합격이 취소되면 어린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무자격' 학생들의 전원 입학취소를 결정한 시교육청은 설령 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 학교들의 잘못이 있다고 해도 학부모들의 과실 역시 적지 않다는 반론도 폈다.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받은 결과, 시교육청에서 이미 일선 학교에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는 해당 자격을 갖춘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고 전달했기 때문에 자격없는 학생에게는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사실 (학부모들의) 모럴해저드라는 부분도 있다. 학원이 부정을 저질러 발생한 `김포외고 입시비리'와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는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규정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학교의 적극적 권유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커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자율고 정착에 `빨간불' = 고교선택권의 확대라는 취지에서 탄생한 자율고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이다.

작년 말 서울지역 13개, 지방 7개를 처음 출범시킨 정부는 2011년까지 전국적으로 100개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우수한 학생이 자율고를 비롯해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면 일반 고교들로서는 자구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율고는 일반고보다 학비가 세배 정도 비싼 탓에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택권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정원의 20%를 사회적배려대상자에게 배정했지만, 실제 신입생을 뽑은 결과 서울지역 13개 자율고 중 8개 학교에서 무더기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자율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할 만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그보다는 등록금을 제외하고서도 일반고보다 교육비가 훨씬 비싸다는 점 등 어려운 처지의 학생이 선뜻 지원서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자율고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대규모 부정입시 파문까지 겹침에 따라 향후 자율고 정책의 대대적인 점검과 보완이 불가피해졌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