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개헌론을 다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한나라당 당직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제 남은 과제는 선거법을 개혁해야 하고 행정구역 개편을 한다든가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을 대는 과제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행정구역 · 선거구제 · 권력구조 등 개편으로 제한한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한 바 있어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3년이나 까맣게 남았다"

이 대통령이 제한적 개헌을 꺼낸 것은 영토문제에서부터 이념적 문제까지 들어가면 헌법개정은 실제로 이뤄지기 힘든 만큼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과 국회의원,지방선거 등 선거주기 불일치로 인한 국력낭비를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선거주기 재조정과 대통령 4년 중임제,이원정부제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돼 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의 단합을 유난히 강조했다. 또 세종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수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먼 훗날 오늘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때 좋은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됐다'고 후손들이 생각하지 않도록,'정말 그때 그 좋은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국운이 이렇게 융성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책임정당을 해야 한다"며 "정말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서로 심하게 토론하고 싸우고 난 다음에 '그래도 사람은 괜찮다'고 허허 웃을 수 있는 마음이어야 한다. 가슴에 맺히는 말은 적게 했으면 한다"며 "'한나라'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화합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벌써 (취임)2년이 됐다고 하지만 3년이나 까맣게 남았다. 남은 3년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기간"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직자 파격 변화 나서야"

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날 별다른 기념행사를 갖지 않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서울 회기동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오전 7시30분께 관저를 나섰다. KDI 방문은 경제위기의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신발끈을 다시 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직사회도 안주하지 말고 파격적 변화에 나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부문에서 역동성을 살려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촉진시키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통일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