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잊고 싶었던 악몽이 8년 만에 재연됐다. 25일 벌어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에 실격 판정을 내린 주심은 공교롭게도 8년 전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미국) 남자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에게 실격을 준 제임스 휴이시(호주)였다.

당시 결승에 나선 김동성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1위를 차지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았다. 뒤따라 오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진로를 가로막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노는 레이스 도중 마치 진로에 방해를 받았다는 듯한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휴이시는 "김동성이'투스텝'을 했기 때문에 '크로스트랙'으로 실격시켰다"고 밝혔다. '투스텝'이란 '발을 교차하지 않고 한쪽 발로 두 번 이상 연속해서 스케이팅을 하는 것'.뒤에 쫓아오는 선수가 앞 선수의 운동 방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반칙이다. 하지만 녹화 테이프에서 김동성이 투스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함을 호소한 한국은 국제빙상연맹(ISU)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8년 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심판이 또다시 한국 경기에서 같은 결정을 내린 점이다. 현재로선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국제빙상연맹은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항의나 제소할 수 있는 규정을 아예 삭제해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한 판정 시비는 안건으로 받지 않는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한국이 제소하기도 쉽지 않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