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칭송받았던 도요타는 언제나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구석도 있는 법.내부 모순과 부작용도 만만찮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토요타의 어둠》은 칭찬 일색이던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새해를 강타한 도요타의 리콜에 모든 언론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도요타의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한다. 이번 대량 리콜을 일으킨 도요타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잔인한 현실'을 파헤친다. 한마디로 우리는 그동안 도요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인 마이뉴스재팬은 일본의 인터넷신문사다. 일본의 자랑인 도요타를 공동체 의식이 강한 일본 언론이 고발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킬 만하다.

이 책은 도요타가 과연 자랑할 만한 우량 기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얘기를 시작한다.

돈의 힘은 평범한 자동차 제조 회사를 마치 살아 있는 영웅처럼 추앙받게 만들었지만 직원들의 업무와 작업환경은 결코 자랑스럽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도요타를 '작은 북한'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 한마디로 느낌이 팍 온다. 조직을 위해 개인의 행복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는 논리는 옛말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초고속 성장의 초일류 기업 도요타는 결코 소시민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직원들의 증언과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벽두부터 지구촌을 강타한 도요타 사태.엄청난 규모의 리콜과 늑장 대응은 과연 그들이 만든 자동차가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은 맞는지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해 도요타 자동차는 불량품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어떻게 총 판매량에 육박하는 리콜이 일어났는지를 되묻는다. 도요타의 리콜은 올해나 최근의 일이 아니고,오래 전부터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는 것도 밝혀냈다.

2004년부터 3년간 일본에서 도요타는 512만대의 자동차를 팔았지만,같은 기간 무려 511만대를 리콜했다. 이런 간단한 수치만으로도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지만 도요타는 '불편한 진실'을 숨겨왔다.

일본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도요타가 40년 된 좁고 낡은 다다미방을 기숙사로 제공하고 정직원이 근무 중에 과로사해도 산재 처리를 않는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람을 소중히 키우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고 홍보해 왔다.

책을 읽으면서 자동차 전문가들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적에 신선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의 이야기에서 자동차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도요타 자동차들은 어떤 시스템에서 어떻게 설계되고 무슨 부품으로 만들기에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책에서 지적하는 내용들은 비단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노사분규와 근로자의 처우,비정규직 현안 등은 우리나라도 갖고 있는 고민이다.

이 책은 성장도 좋고 일류도 좋지만 그에 따른 신뢰와 책임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 윤승재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