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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동메달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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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태범이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자 다들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며 기뻐했다. 이틀 뒤 1000m에서 2등을 하자 "1등도 가능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1500m에서 15조까지 1위를 하자 "혹시 금메달" 하다 16조 1명에게 뒤처지고 나니 "동메달이라도"로 바뀌었다.

    17조 선수 둘 모두에게 처져 메달이 불가능해지자 "그래도 잘했다"로 돌아섰다. 욕심이란 게 이렇다. 뜻밖의 성적을 거두면 뛸 듯이 좋아하다 금세 기정사실로 여기고 기대치를 높인다. 우리는 더하다. 한국 선수가 금 · 은메달을 따도 "기왕이면 금 · 은 · 동 다 따지" 하는 식이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지 미국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이 올림픽 시상대에 선 선수들 표정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고 밝혔다. 2위는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실망하지만 3위는 그래도 메달을 딴 게 어디냐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올림픽 선수만 그러하랴.모든 2등은 억울하다. 차이는 거의 없는데 세상은 1등만 기억하고 대접 또한 천양지차니 서럽기 짝이 없다. 1 · 2등을 못한 안타까움에도 불구,4등을 제친 안도감에 웃을 수 있는 3등과 달리 2등이 불행한 이유다.

    행복은 늘 이렇게 상대적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1등 할 수 있었는데""1등만 했더라면"에 매여 속을 끓이면 행복과 기쁨은 사라진다.

    살다 보면 죽도록 애써도 1등은커녕 2 · 3등도 못해 보는 수가 허다하다. 1등을 했다 한들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행복한 삶은 이런 실패와 좌절,인생의 고비에 얼마나 적절히 대처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미국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주장이다.

    행복은 부(富)나 학벌보다 살면서 부딪치는 고통에 대한 적응 여부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고고학자로 평생 사막에서 살다시피 한 테오도르 모노는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없는 게 아니라 실현되지 못한 것'이라며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말했다.

    너무 많이 싣고 가다간 침몰하기 십상이니 가끔은 구석구석 돌아보고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웃는 3등 옆에서 서러운 2등의 절치부심이 1등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때론 스스로 뿌듯해 하는 동메달의 행복이 더욱 큰 힘을 부여할지도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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