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부청사는 금요일마다 썰렁하다. 국 · 과장급 공무원들이 집단 출장을 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서울에 가족을 둔 주말부부라는 것이다. A청의 B국장은 "서울이나 과천으로 출장을 가는 스케줄은 가급적 금요일에 잡아 놓는다"고 말했다. "그래야 금,토,일 3일간을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을 서울에 남겨둔 주말부부는 직위가 높을수록 그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이 대전청사에 입주한 주요 청에 전화를 걸어 출장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한 청의 경우 주요 국 · 과장 14명이 서울 출장 중이었다. 이는 국 · 과장급 공무원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청도 주요 국 · 과장들이 서울 출장 중이었으며 나머지 청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국장은 "일을 미리 앞당겨 해놓고 금요일에는 서울에서 일을 보는 게 업무 패턴"이라며 "서울의 동료,친구들과의 약속은 금요일 저녁에 잡아 놓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금요일에 출장가는 이유는 또 있다. 금요일 일과 후 KTX를 타면 2만원가량의 교통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출장명령을 받으면 출장비가 나온다.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이에 대해 '모럴 해저드'라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금요일 집단 출장은 업무보다는 개인 편의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며 "세금이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교통비 용도로 쓰이고 있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전청사의 한 공무원은 "어차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금요일 출장을 잡는 것은 일종의 테크닉"이라며 "출장비를 개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긴급한 회의가 있더라도 금요일로 연기되곤 한다"면서 현안이 개인적 편의에 밀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정부 중앙청사에 근무하는 K모 국장은 "8개 청이 입주한 대전청사만 하더라도 업무 비효율이 적지 않은데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내려가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장진모/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