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년차 미국의 게임업체 징가(Zynga)는 스마트폰용 농작물 재배게임(farmville)으로 지난해 1억5000만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제공했지만 농작물 씨앗,경작지 등의 '아이템'을 판매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직원은 고작 100여명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 성공한 사례다. 업무뿐만 아니라 여가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호모 모빌리스'들이 출현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과 사회 전반의 네트워크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지켜보라

미국 뉴올리언스의 평범한 피자가게 '네이키드 피자'는 지난해 3월 트위터(140자 내외의 짧은 내용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마이크로 블로그) 계정을 개설한 뒤 매출을 20%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 김치,불고기에 멕시코 음식 타코를 접목한 '김치 타코'를 개발해 이동식 트럭으로 판매해온 한인 출신의 사업가 로이 최도 트위터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모두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한 전략이 주효해 거둔 성과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호모 모빌리스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면 기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거래 시장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콘텐츠 하나만 잘 만들어도 연간 1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 열리면서 야심 찬 젊은 개발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모바일 광고는 특히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나서 시장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PC와 달리 화면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 적합한 광고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동네 피자집,커피 전문점 등을 추천해주는 광고들이 선보일 날도 머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상품,건물 등에 다양한 부가 정보를 담은 증강 현실 서비스도 성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단어 위주의 인터넷 검색이 영상 검색으로 진화할 경우 광고시장에 엄청난 시너지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이미 가까운 커피숍이나 지하철역을 찾아주는 '아이니드 커피''어디야'를 비롯해 건물 정보를 알려주는 '오브제' 등의 서비스가 나왔다.


◆일과 놀이의 융합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건물 및 도시 설계,교통 흐름까지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직장과 가정을 분리했던 산업시대와 달리 일과 놀이가 하나로 융합되는 설계가 도시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은 무선랜,책상,의자 등을 배치해 인근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구글은 업무공간에 여가기능을 배치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사무실 구조를 바꿨다. 국내 기업들도 의사 결정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포항과 광양 공장의 각종 설비를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제철소'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도시철도공사는 KT와 함께 6000여명의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이를 이용해 전직원이 지하철 5,6,7,8선의 각종 설비를 유지 · 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공사는 이번 프로젝트에 투자비 102억원을 들였지만 향후 5년간 운영비용 절감 284억원 등 총 3242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까지 바꾸는 소통의 힘

최근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트위터 규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 광고 · 인쇄물과 마찬가지로 트위터 선거운동을 규제하기로 하자 이를 선거에 활용하려던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은 스마트폰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트위터 등 SNS 사용자층의 폭넓은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스마트폰이 수많은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이슈를 빠르게 전파하는 미디어로 발전한 것이다. 아이티 대지진,이란 대통령선거 부정규탄 시위 등을 가장 먼저 외부에 알린 것도 트위터였다.

김태훈/박민제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