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섹스& 더 시티] 뮤지컬 '헤드윅' 48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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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의 '칙릿파워'
문화적 소비성향 높은 2030 젊은 여성들 좋은 공연·작품에 아낌없이 투자
조승우 뮤지컬·신경숙 소설·베를린 필 연주회 등서 바잉파워 발휘
문화적 소비성향 높은 2030 젊은 여성들 좋은 공연·작품에 아낌없이 투자
조승우 뮤지컬·신경숙 소설·베를린 필 연주회 등서 바잉파워 발휘
미혼인 공인회계사 문정화씨(34)는 뮤지컬 '헤드윅'을 지금까지 48번이나 봤다. 배우로도 이름을 날린 조승우,오만석의 주연 무대부터 최근 송창의,윤희석의 공연까지 주연 배우가 바뀔 때마다 빼놓지 않고 다시 관람했다. 그의 문화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에서 해외 유명 성악가들의 공연 관람권 3개를 한꺼번에 구입해 25%의 패키지 할인도 받았다.
문화계의 '칙릿(Chicklit)파워'가 거세다. 칙릿은 문화적 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로,칙릿파워란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문화계의 바잉파워를 뜻한다. 충무아트홀의 신예진 공연기획담당은 "2030 여성 관객들은 수준 높은 안목으로 좋은 공연은 두세 번씩 보는 등 재관람률이 높다"며 "이들을 잡아야 안정적인 티켓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공연 기획과정에서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 2030 로열 관객을 잡아라
뮤지컬 '그리스''헤드윅''쓰릴미'는 남자 뮤지컬배우가 스타 반열에 오르기 위한 등용문으로 불린다. 전체 공연계의 티켓 파워를 이끄는 2030 여성들의 재관람률이 가장 높은 공연인 까닭에 이 무대에서 인정받은 배우들은 어떤 공연에서도 존재감을 빛낼 수 있다는 검증을 받는 셈이다. 회원수가 5000명이 넘는 한 뮤지컬의 여성 동호회장은 "이들 뮤지컬은 남자배우의 가창력,외모,카리스마 등 2030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를 갖췄다"며 "좋은 작품과 훌륭한 남자배우의 만남은 공연 흥행의 최대 요건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특히 조승우의 공연은 매번 2030 여성들의 티켓파워를 제대로 보여줬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부터 '지킬 앤 하이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서 티켓 판매를 시작하면 15~25분 안에 매진될 정도다.
2030 여성의 파워는 뮤지컬뿐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두드러진다. 내한 공연을 갖는 해외 연주자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장년층 관객이 주류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의 관객층은 20~30대로 젊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클래식스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주축으로 한 '디토 플러스',첼리스트 송영훈 등 4명의 실내악 연주자 'MIK 앙상블''노부스 콰르텟' 등 젊은 꽃미남 실내악 연주자들의 기획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뿐 아니라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기획사인 빈체로의 유료 관객 분석 결과도 궤를 같이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만원을 호가하는 오케스트라 티켓의 주된 구매층은 40~50대 남성이었으나,2008년 이후 빈체로가 주최한 베를린방송교향악단,BBC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선 30대 후반 여성들의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정호 빈체로 공연기획담당은 "특히 골드미스들의 관심이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꽃미남 위주의 리사이틀에서 탈피해 고액이 드는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번지면서 클래식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졌다"고 분석했다.
▶ 골드미스가 일으킨 출판계 '엄마 신드롬'
2030 여성들의 바잉파워는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불황으로 경제 · 경영서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 반해 비인기 분야였던 인문학 서적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늘었다. 교보문고 결산자료를 봐도 지난해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소설 · 에세이가 절반 가까운 47권이 올랐다. 2007년 38권,2008년 35권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체로 출판계에선 인문학 도서의 남녀 구매 비중이 3 대 7,여성 독자 중에는 20~30대 비중이 80% 이상으로 본다. 즉,인문학 도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젊은 여성 독자들이 사는 셈이어서,인문학 붐은 20~30대 여성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게 예스24의 설명이다.
이들의 파워가 가장 실감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다. 이 소설은 출간 10개월 만에 판매부수 100만권을 돌파하며 지난해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같은 엄마 열풍을 두고 문학평론가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의 딸을 키우려했던 엄마를 둔 2030 여성들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제대로 끄집어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골드미스 팬들이 많은 공지영,한비야,고(故) 장영희 교수 등 여성 작가들의 돌풍이 거셌다.
▶ 직장 · 재테크도 균형점 찾을 필요
이처럼 건강한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다한 문화비 지출이 여성들의 재테크에 대한 긴장감을 늦춘다는 비판도 있다. 공연 관람,책 구입 등을 넓은 의미의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소비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시중은행 PB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비패턴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20만원이 넘는 공연 티켓을 거리낌없이 정기적으로 산다면 분명 일상생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여성들은 '남자들이 술값으로 매달 쓰는 돈에 비하면 오히려 씀씀이가 적다'고 여기는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PB팀장은 "골드미스들은 결혼했다면 육아,가사에 썼을 돈을 저축할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물건이나 취미생활에 과감하게 소비하다 보니 오히려 씀씀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기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성 커리어관리 전문가인 이진아 브래드유리더십센터소장은 "경력관리에 관해 상담하다 보면 남성들은 책을 읽어도 자기계발서나 경제 · 경영서에 집중하는 반면 여성들은 인문학서에만 너무 파고 든다"며 "현실 생활과 균형점을 이룰 수 있는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같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문화계의 '칙릿(Chicklit)파워'가 거세다. 칙릿은 문화적 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로,칙릿파워란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문화계의 바잉파워를 뜻한다. 충무아트홀의 신예진 공연기획담당은 "2030 여성 관객들은 수준 높은 안목으로 좋은 공연은 두세 번씩 보는 등 재관람률이 높다"며 "이들을 잡아야 안정적인 티켓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공연 기획과정에서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 2030 로열 관객을 잡아라
뮤지컬 '그리스''헤드윅''쓰릴미'는 남자 뮤지컬배우가 스타 반열에 오르기 위한 등용문으로 불린다. 전체 공연계의 티켓 파워를 이끄는 2030 여성들의 재관람률이 가장 높은 공연인 까닭에 이 무대에서 인정받은 배우들은 어떤 공연에서도 존재감을 빛낼 수 있다는 검증을 받는 셈이다. 회원수가 5000명이 넘는 한 뮤지컬의 여성 동호회장은 "이들 뮤지컬은 남자배우의 가창력,외모,카리스마 등 2030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를 갖췄다"며 "좋은 작품과 훌륭한 남자배우의 만남은 공연 흥행의 최대 요건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특히 조승우의 공연은 매번 2030 여성들의 티켓파워를 제대로 보여줬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부터 '지킬 앤 하이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서 티켓 판매를 시작하면 15~25분 안에 매진될 정도다.
2030 여성의 파워는 뮤지컬뿐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두드러진다. 내한 공연을 갖는 해외 연주자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장년층 관객이 주류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의 관객층은 20~30대로 젊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클래식스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주축으로 한 '디토 플러스',첼리스트 송영훈 등 4명의 실내악 연주자 'MIK 앙상블''노부스 콰르텟' 등 젊은 꽃미남 실내악 연주자들의 기획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뿐 아니라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기획사인 빈체로의 유료 관객 분석 결과도 궤를 같이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만원을 호가하는 오케스트라 티켓의 주된 구매층은 40~50대 남성이었으나,2008년 이후 빈체로가 주최한 베를린방송교향악단,BBC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선 30대 후반 여성들의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정호 빈체로 공연기획담당은 "특히 골드미스들의 관심이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꽃미남 위주의 리사이틀에서 탈피해 고액이 드는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번지면서 클래식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졌다"고 분석했다.
▶ 골드미스가 일으킨 출판계 '엄마 신드롬'
2030 여성들의 바잉파워는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불황으로 경제 · 경영서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 반해 비인기 분야였던 인문학 서적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늘었다. 교보문고 결산자료를 봐도 지난해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소설 · 에세이가 절반 가까운 47권이 올랐다. 2007년 38권,2008년 35권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체로 출판계에선 인문학 도서의 남녀 구매 비중이 3 대 7,여성 독자 중에는 20~30대 비중이 80% 이상으로 본다. 즉,인문학 도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젊은 여성 독자들이 사는 셈이어서,인문학 붐은 20~30대 여성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게 예스24의 설명이다.
이들의 파워가 가장 실감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다. 이 소설은 출간 10개월 만에 판매부수 100만권을 돌파하며 지난해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같은 엄마 열풍을 두고 문학평론가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의 딸을 키우려했던 엄마를 둔 2030 여성들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제대로 끄집어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골드미스 팬들이 많은 공지영,한비야,고(故) 장영희 교수 등 여성 작가들의 돌풍이 거셌다.
▶ 직장 · 재테크도 균형점 찾을 필요
이처럼 건강한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다한 문화비 지출이 여성들의 재테크에 대한 긴장감을 늦춘다는 비판도 있다. 공연 관람,책 구입 등을 넓은 의미의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소비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시중은행 PB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비패턴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20만원이 넘는 공연 티켓을 거리낌없이 정기적으로 산다면 분명 일상생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여성들은 '남자들이 술값으로 매달 쓰는 돈에 비하면 오히려 씀씀이가 적다'고 여기는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PB팀장은 "골드미스들은 결혼했다면 육아,가사에 썼을 돈을 저축할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물건이나 취미생활에 과감하게 소비하다 보니 오히려 씀씀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기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성 커리어관리 전문가인 이진아 브래드유리더십센터소장은 "경력관리에 관해 상담하다 보면 남성들은 책을 읽어도 자기계발서나 경제 · 경영서에 집중하는 반면 여성들은 인문학서에만 너무 파고 든다"며 "현실 생활과 균형점을 이룰 수 있는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같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