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부문에서 잇따라 금,은메달을 따내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한국의 인지도뿐만 아니라 겨울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까지 현지에 머무르며 유치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박용성 대한체육회장,김진선 강원도지사 등의 캠프에도 아연 활기가 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밴쿠버 현지의 캠프 관계자는 18일 "겨울스포츠의 꽃이라는 빙상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쾌거를 거두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평창에 대한 인지도도 급상승하고 있다"며 "각국의 IOC 위원들도 빙상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은 '쇼트트랙만 잘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해 올림픽 유치활동에 적잖은 애로를 겪어온 것이 사실.하지만 이번에 동계올림픽의 백미인 500m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데다 국가별 메달순위에 있어서도 2,3위를 오르내리자 현지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선 도지사도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딴 메달은 유치활동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이변을 일으킨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찬사를 보내며 한국의 올림픽 유치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를 따내며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한국이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동안 비인기종목인 빙상을 꾸준히 지원해온 삼성그룹의 노력도 재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1997년 박성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당시 삼성스포츠단장)이 빙상경기연맹 회장에 취임한 이후 14년째 빙상부문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동안 지원한 규모는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이 장기적 안목으로 빙상에 대한 지원을 체계화한 노력들이 이번 올림픽의 경기력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체육계의 평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회장 측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 속에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6일 외신들을 상대로 평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현지 IOC 관계자들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김용준/박민제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