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대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17일 일본 공산당 당수인 시이 가즈오 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후 기자들에게 "공산당이 제안한 대기업 내부유보금 과세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공산당은 대기업들이 이익 중 배당하고 남은 돈을 내부유보금으로 적립하고 있는 데 대해 그 돈을 고용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 등에 적극 쓰도록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은 현재 자본금 1억엔 이상의 개인 회사에 대해선 내부유보금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외 기업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내부유보금 과세가 실현될 경우 대상은 주로 공개된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공산당이 제안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증권우대세제(증권투자자들이 시세차익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 개정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정부가 성장 일변도보다는 고용 등 국민 생활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검토해볼 수 있는 안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래 전략 투자를 위해 모아놓은 유보금에 대해 과세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의 대표적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 관계자는 "내부유보금은 기업들에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종잣돈인데,여기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과세를 강행한다면 기업들의 해외 자금 도피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