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인 세 남매가 각각 일본,그루지야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국적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2006년 국제빙상연맹(ISU)이 국적 규정을 완화한 이후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무대에 서는 캐시(22),크리스(20),앨리슨(15) 리드 남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다른 국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다. 세 남매의 아버지는 미국인,어머니는 일본인으로 이들은 이중국적이다. 그렇지만 첫째와 둘째 남매는 일본 국적으로,막내는 그루지야 국적으로 대회에 나선다.

캐시와 크리스(사진) 모두 10여년 전 싱글부문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지만 매번 미국 지역예선에서 떨어졌다. 아이스댄싱으로 전향한 이들은 미국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미국대표팀으로 뛰기에는 역시 실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올림픽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대표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2006년부터 ISU는 페어와 아이스댄싱부문에 한해 국적 규정을 바꿔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짝을 이뤄 경기에 나가는 페어와 아이스댄싱 선수들이 자국에서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페어나 아이스댄싱은 종목 특성상 남자선수들이 적어 팀을 이루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ISU는 팀중 한 명만 특정 국가의 대표가 되면 짝도 국적과 관계없이 함께 출전할 수 있도록 조항을 바꿨다. 또한 국적을 바꿔도 1년만 지나면 바꾼 나라의 대표로 출전할 수 있게 규정을 수정했다.

캐시,크리스 남매는 이 개정안 덕분에 아이스댄싱이 약한 일본에서 곧바로 대표가 될수 있었다. 막내 여동생 앨리슨도 미국인 남자 파트너를 찾지 못했고 마침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루지야 출신의 자파디즈와 짝을 이뤄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이번에 러시아 대표로 페어부문에 출전했던 가와구치 유코(29)도 같은 경우다. 가와구치는 일본인이지만 한때 미국인과 짝을 이루기도 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흑인 페어팀을 이뤄 화제가 됐던 야니크 보뇌르(28)와 바네사 제임스(23)도 국적이 달랐다. 보뇌르는 피겨 파트너찾기 전문사이트인 '아이스파트너서치닷컴'(www.icepartnersearch.com)에 여성 파트너를 구하는 글을 올렸고,이를 본 제임스가 2007년 그와 짝이 되기로 결심했다. 제임스는 2006년 피겨 여자싱글 영국 챔피언 출신으로 파트너를 따라 국적까지 프랑스로 바꿨다.

한국 출신 유선혜(26)도 국내에서 남자 아이스댄싱 파트너를 구할 수 없어 2007년부터 라밀 사르쿨로프와 호흡을 맞춰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