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2인자 '바라다르' 잡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 아프가니스탄 연합군이 탈레반 최대 근거지인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 마르자 지역에서 대공세에 나선 가운데 아프간 탈레반 2인자가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뉴욕타임스는 16일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며칠 전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아프간 탈레반 사령관인 물라(이슬람교 이론을 교육받은 지역 성직자 또는 사원의 지도자를 높여 부르는 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바라다르는 아프간 탈레반 창설자이자 최고지도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실질적인 2인자로 9 · 11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이기도 하다. 2001년 아프간전이 시작된 이후 최고위급 탈레반 인사가 검거된 셈이다. 미 당국은 바라다르가 탈레반의 군사작전을 지휘해왔을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북서부 파슈툰족 거주지인 발루치스탄주의 주도 퀘타에서 아프간 · 파키스탄 탈레반을 아우르는 지도위원회 '퀘타 슈라'를 이끌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도위원회는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전쟁 수행 방침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탈레반 최고 사령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다르는 현재 파키스탄에서 ISI와 CIA의 합동 신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IA 출신으로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직 중인 아프간 전문가 브루스 리델은 바라다르 검거가 탈레반의 작전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바라다르의 체포가 파키스탄 군부와 ISI가 미국의 대탈레반 전략에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나온 성과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군부와 ISI는 1973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의 전신인 무자헤딘을 훈련시키고 자금을 지원해왔으며 1996년 탈레반 정권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끈끈한 관계의 영향으로 파키스탄 군부와 ISI는 탈레반 소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미국과 대립해왔으나 최근 탈레반에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NYT는 설명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은 지난해 6월 부임 이전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사령관으로 이라크에서 요인 암살 체포 등 특수전을 지휘해와 전문가들은 정규 작전 중심의 아프간전 수행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에 대해 탈레반 측은 성명을 내고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마르자를 포함해 아프간 전역에서 성전을 치르는 탈레반의 사기를 꺾기 위한 선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마르자에서 대탈레반 공세를 나흘째 펼치고 있는 연합군은 소탕단계에 근접했으나 탈레반이 설치한 사제폭탄을 제거하느라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밀라 칸 아프간 육군참모총장은 "하루 수백 개의 지뢰가 발견됐다"며 "탈레반 진압 작전이 더디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소규모로 로켓포와 소총 등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식의 공격을 벌이면서 마르자 지역 장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마르자를 아프간 정부 통제 아래 두고 구호물자 등을 통해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다음 작전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인 인명 피해도 잇따라 발생해 연합군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