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쌍둥이, 21년전 태어난 병원 간호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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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이사장, 장학금·취업약속 지켜
맏이 황슬 "따뜻한 간호사 될래요"
맏이 황슬 "따뜻한 간호사 될래요"
여아 네쌍둥이가 21년 전 자신들이 태어난 인천 중앙길병원(현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의 '백의 천사'가 됐다.
주인공은 1989년 1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일란성 네쌍둥이로 태어난 황슬,설,솔,밀.16일 첫 출근한 맏이 슬은 "두렵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둘째 설도 "간호복을 입으니 정말 간호사가 된 기분이며 앞으로 할 일이 기대된다"고 환하게 웃었다.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근무하던 아버지 황영천씨(54)와 어머니 이봉심씨(54) 사이에 태어난 네쌍둥이가 자신들의 출생병원 간호사가 된 데는 이길여 가천의대 길병원 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네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이 이사장의 도움을 받았다. 1989년 네쌍둥이인 데다 예정일보다 3주 앞서 진통이 시작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어머니 이씨는 인천 길병원을 찾았다. 갑작스런 네쌍둥이 산모 출현(?)을 보고받은 이 이사장은 당황했지만 즉시 박태동 산부인과 과장에게 제왕절개수술집도를 지시,네쌍둥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또 네쌍둥이의 출생에 감동한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받지 않았고,퇴원하는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네쌍둥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장이 있던 삼척을 거쳐 인천과 경기도 용인 등 수도권에서 생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 · 고교 시절 반장을 도맡는 등 학교성적이 우수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 태권도 실력도 수준급이다. 어릴 적부터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네 자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2007년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각각 진학,오는 18일(강릉영동대)과 25일(수원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 이사장은 네쌍둥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약속한 대로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했다. 2007년 1월 장학금을 전달할 당시 이 이사장은 "네쌍둥이가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에서 채용하겠다"는 또 다른 약속을 했고 졸업을 앞둔 지난 1월 네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하자 3년 전 그 약속을 다시 지켰다.
그동안 학교 때문에 수원과 강릉 등지에서 따로 살다 이번에 병원 근처에서 함께 살게 된 네쌍둥이는 "우리가 태어난 병원에서 간호사로 함께 근무하게 돼 기쁘다"며 "사회에서 도움받은 만큼 아픈 사람들을 정성껏 돌보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