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의식서 `先難後易' 글씨 적힌 53번 뽑혀

호랑이해의 춘제(설)를 맞아 홍콩 시민들과 언론들이 금년도 홍콩의 운세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연휴를 맞아 홍콩 신계지역 도교사원인 체쿵묘(車公廟)에서 열린 제비뽑기(籤.첨) 의식에서 `희망'을 의미하는 나뭇가지가 뽑혔기 때문이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15일 체쿵묘에서 열린 도교의식에서 라우 웡 팻(劉黃發) 신계향의국 주석이 홍콩시민들을 대표해 제비뽑기에 나섰다.

체쿵묘에서는 전통적으로 음력 1월2일 원통에 담겨진 나뭇가지들 가운데 하나를 뽑아 길흉(吉凶)을 점치는 의식을 치른다.

지난해에 `불운'을 뜻하는 `27번 나뭇가지'를 뽑았던 라우 주석은 금년에는 비교적 좋은 운세를 의미하는 `53번 나뭇가지'를 뽑았다.

홍콩의 풍수사나 역술가들에 따르면 53번 나뭇가지에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조상에 관한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한다.

가족에 관한 꿈을 꾼 뒤 다음날 가족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안도한다는 내용이다.

`선난후이 범사가허'(先難後李 凡事可許)라는 글씨도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해 홍콩의 풍수사들은 홍콩인들의 희망과 꿈이 호랑이해에 실현될 것을 의미하는 징조라고 해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풍수사는 "뽑힌 나뭇가지의 의미는 매우 좋다"면서 "홍콩시민의 합의와 협력으로 일들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나뭇가지에 `선난후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만큼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풍수사들이 많다.

반면 지난해 뽑힌 27번 나뭇가지에는 만리장성을 쌓다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산 진나라의 시황제와 관련한 글귀가 적혀 있다.

당시 홍콩의 풍수사들은 홍콩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