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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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죽을 운명이라면 오늘 저녁 무엇을 먹겠는가?' 뉴욕 맨해튼의 유명 레스토랑 수석 주방장인 앤서니 보뎅의 질문입니다. 그는 프랑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요리계의 CIA'로 불리는 미국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28년간 여러 식당 주방에서 굴러먹다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맛의 달인이지요.
그는 틈만 나면 자신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 게임'을 즐깁니다. 그러다 '요리가 마법이 되는 순간'을 꿈꾸며 완벽한 요리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여정이 《쿡스 투어》(안그라픽스 펴냄)라는 에세이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찾는 완벽한 요리는 그의 표현대로 '흠 잡을 데 없이 뛰어난 풍미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는 한 끼'입니다.
그는 포르투갈의 한 농장에서 돼지를 도살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봅니다. '30년간 죽은 동물을 요리했고 채식주의자를 비웃어 온' 그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희희낙락대는 불쌍한 도시 촌놈'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지요. 그런데 그곳 농장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돼지의 여러 부위를 척척 나눠 요리하고 밤에는 친척과 이웃들이 함께 둘러앉아 정겹게 잔치를 벌입니다.
프랑스에서 그가 만난 것은 비싼 푸아그라(거위 간)가 아니라 열 살 때 부모님과 살았던 작은 해변 마을의 굴 요리였습니다. 동생과 함께 옛 동네를 찾은 그는 싱싱한 굴을 먹으면서 예전과 다름없는 그 맛을 느낍니다. 그러나 왠지 찾던 것을 찾지 못한 기분에 마음이 허허롭지요. 그러다 자신이 찾던 것이 완벽한 한 끼가 아니라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흔이 넘은 형제가 "아빠가 보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알싸하군요.
광우병 파동으로 위축된 영미 요리계의 소심함을 비난하고,섹스와 마약에 대한 자신의 전력을 거침없이 피력하면서,캄보디아의 환락가를 어슬렁거리는 등 발칙하고도 예측불가한 그의 언행이 특유의 유머감각과 어우려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최고의 요리를 결정하는 것은 음식의 맛이 아니라 함께 먹는 사람과 추억,분위기,서비스 등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군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그는 틈만 나면 자신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 게임'을 즐깁니다. 그러다 '요리가 마법이 되는 순간'을 꿈꾸며 완벽한 요리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여정이 《쿡스 투어》(안그라픽스 펴냄)라는 에세이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찾는 완벽한 요리는 그의 표현대로 '흠 잡을 데 없이 뛰어난 풍미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는 한 끼'입니다.
그는 포르투갈의 한 농장에서 돼지를 도살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봅니다. '30년간 죽은 동물을 요리했고 채식주의자를 비웃어 온' 그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희희낙락대는 불쌍한 도시 촌놈'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지요. 그런데 그곳 농장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돼지의 여러 부위를 척척 나눠 요리하고 밤에는 친척과 이웃들이 함께 둘러앉아 정겹게 잔치를 벌입니다.
프랑스에서 그가 만난 것은 비싼 푸아그라(거위 간)가 아니라 열 살 때 부모님과 살았던 작은 해변 마을의 굴 요리였습니다. 동생과 함께 옛 동네를 찾은 그는 싱싱한 굴을 먹으면서 예전과 다름없는 그 맛을 느낍니다. 그러나 왠지 찾던 것을 찾지 못한 기분에 마음이 허허롭지요. 그러다 자신이 찾던 것이 완벽한 한 끼가 아니라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흔이 넘은 형제가 "아빠가 보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알싸하군요.
광우병 파동으로 위축된 영미 요리계의 소심함을 비난하고,섹스와 마약에 대한 자신의 전력을 거침없이 피력하면서,캄보디아의 환락가를 어슬렁거리는 등 발칙하고도 예측불가한 그의 언행이 특유의 유머감각과 어우려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최고의 요리를 결정하는 것은 음식의 맛이 아니라 함께 먹는 사람과 추억,분위기,서비스 등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군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