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형 영리의료법인을 금지하는 한국의 의료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며 이 같은 진입장벽 규제가 병원들의 각종 불법과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의료서비스 부문 규제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영리 추구 행위가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리의료법인을 금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윤희숙 고영선 연구위원은 "의사나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규제는 시장 왜곡을 낳고 불투명성을 증가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투자와 수익 배당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병원장이 추가로 지점을 개원하되 명목상 다른 의사를 내세워 수익을 배분하는 등 불법적 현금 거래나 장부 조작,탈세 등을 통해 이윤을 확보하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영리법인 금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규제"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병원의 56%가 개인영리병원으로 이미 영리 추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법인에 대해서는 영리 추구를 금지하는 것은 비대칭 규제"라고 설명했다. 또 "법인 형태의 비영리병원들조차 상당수가 개인병원의 확장 형태에 지나지 않으며 여전히 병원장 개인의 소유물일 뿐 아니라 이사회를 통해 상속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는 현행 영리법인 금지 규제는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