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는 전화로 가맹점 상담을 받지 않는다. 예비 창업자가 서울 논현동 본사에 와서 정해진 소정 교육을 마쳐야 개설 상담을 받을 자격을 준다. 아무리 돈을 많이 내도 음식점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가맹점 늘리기에 목을 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1993년 논현동에 원조쌈밥집을 열어 외식업에 뛰어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44 · 사진)는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는 쌈밥집을 시작으로 18년 동안 한신포차,새마을식당 등 19개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외 시장에서 직영점 20여개를 포함해 2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 수는 450명이 넘는다. 대기업들도 백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할 정도다.

◆실패에 좌절하지 말라

백 대표는 스스로를 '음식 탐구가'로 부른다. 외식업 경영자가 아니라 '음식 만들기'가 좋아 사업을 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쌈밥집을 시작한 뒤 외식업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대학(연세대 사회사업학과)을 밥 먹으러 다녔다"고 할 정도로 '음식 연구'에 남다른 열정과 소비시장을 보는 뛰어난 안목 덕분에 손대는 아이템마다 대박이 났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아파트 분양 실패로 17억원의 큰 빚을 지고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피할 생각까지 했으나 채권단들에게 진정으로 사정을 설명해 재기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 백 대표는 "위기가 닥쳐봐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며 "나를 믿어준 채권자와 동업자,회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직원들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어려워도 마음만 다잡으면 살아날 구멍이 있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조언했다.

◆소비시장 흐름 읽어라

백 대표가 외식업계로 돌아와 다시 도전한 브랜드가 '한신포차'다. 그는 "포장마차의 부담 없는 분위기는 유지하되 불결함과 불편함을 없애 대형 실내 포장마차를 열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주방을 오픈하고,홀서빙 직원들에게 단정한 옷을 입혀 서비스 품질을 높인 실내 포장마차를 선보이자 새벽까지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최근 론칭한 브랜드들은 '불황형' 아이템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태의 수요층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마을식당'이나 '홍콩반점'이 대표적이다.

◆음식 사랑하고 사업 즐겨라

백 대표는 식당 창업자들을 위해 20여년간의 현장 노하우를 담은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 식당'과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을 작년 말 펴냈다. 손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요리를 차별화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부터 목 좋은 곳에 식당을 내지 않는 이유 등을 털어놓았다.

'음식점 사업을 쉽게 보지 말라'는 게 백 대표가 창업자들에게 조언하는 첫 번째 성공 비결이다. 대충 운영해도 '밥은 먹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는 얘기다. 또 고객의 심리 파악에도 주력하라고 충고한다. 손님이 식당에서 순수하게 입이나 미각으로 느끼는 맛은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시각,후각,선입견 등에서 결정나기 때문.식기나 인테리어,홍보 등을 통해 음식을 더 맛있게 해줄 70%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내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처음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해서 사업성이 좋은 메뉴를 정하지만 손님의 반응이 늦어지면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길게 봐서 1년 정도는 밀고 나갈 인내심을 가져야 식당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