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취학 자녀 둘을 둔 30대 중반 여성이다. 앞으로 자녀 교육 등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재산을 많이 모아야 할 것 같은데 가정의 재무계획에 대해 남편과 의견 차이가 커서 걱정이다. 재테크에 대해 부부간 생각이 다를 때는 누구의 뜻을 따라야 하는가.

A 김주희씨(36·가명)는 외국계 기업 임원인 남편의 월급과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학원의 매출을 합쳐 월 평균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다. 문제는 김씨와 남편의 의견 차이가 커서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의 학원이 운영비 등을 빼고 나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씨는 그간의 적자를 메우느라 2000만원의 빚까지 지고 있다.

◆자녀교육비,아파트 구입 놓고 이견

부부간에 의견이 다르면 재무설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정 경제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때는 부부가 함께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경우든 서로의 뜻을 모으고 함께 실천해야만 행복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시점까지 한 명당 1억원을 학자금으로 마련해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결혼할 때도 1억원씩은 보태줘야 부모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반면 김씨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고등학생 때까지라면 몰라도 대학생 정도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남편의 생각이다. 결혼자금은 두말 할 것 없이 자녀가 알아서 준비해야 하고 어른이 된 자녀를 부모가 도와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김씨와 남편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을 두고도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자라면 지금 살고 있는 30평대의 아파트가 좁을 것 같아 대출을 받고서라도 4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편은 30평대 아파트로도 부족함이 없을 뿐더러 투자 목적이 아닌 가족이 살기 위한 집을 사면서 대출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래 설계는 보수적 관점에서

상담 결과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에 대한 의견 차이는 두 사람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학창시절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은 그런 어려움을 안 겪도록 하고 싶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김씨 남편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녔다. 부모가 자녀를 지원해 줄 능력이 있더라도 가급적이면 자녀 스스로의 문제는 본인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앞으로 가계의 수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20년 정도는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수입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현재 수준의 수입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미래 수입 전망에 대해서는 남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남편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특성상 장기간 고용이 유지된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재무계획을 김씨가 바라는 것보다는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자녀 학자금은 1인당 1억원을 준비하자는 김씨의 생각과 전혀 필요가 없다는 남편의 생각을 절충해 1인당 4000만원을 목표로 할 것을 권한다. 남편의 생각대로 자녀 스스로 학비를 벌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20대 초반의 학생이 한 학기에 수백만원씩 하는 대학 등록금을 혼자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은 잠시 보류할 것을 권한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집을 사면 자칫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은 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므로 주택시장 상황을 좀더 두고 보면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적자 학원 처분 후 자녀교육비 준비

적자를 내고 있는 김씨의 학원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김씨는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리어 손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을 정리하고 남은 돈으로 대출을 일부 갚으면 매달 나가는 대출 상환액도 줄일 수 있다.

학원을 그만두면 김씨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920만원으로 전보다 300만원 줄어든다. 그러나 김씨가 살림에 전념하면 지출을 줄이고 저축액을 늘릴 수 있다. 김씨 가정의 월 평균 소비성 지출은 남편 용돈을 합쳐 740만원으로 소득이 비슷한 다른 가정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다. 부부가 노력해 소비성 지출을 530만원으로 줄이고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위해 변액유니버셜보험과 주식형 펀드 각각에 매달 50만원씩 불입할 것을 권한다.

기존에 하고 있던 월 100만원씩의 정기적금과 연금은 계속 유지한다. 또 보장성 보험의 특약을 일부 추가해 남편이 조기 사망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도움주신 분
이광구 포도재무설계 이사
최문희 에프앤스타즈 이사
김상수 A+에셋 상무
김준호 한국재무설계 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