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등록을 마감한 결과 연세대와 고려대의 간판학과인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군에서 두 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 중 상당수가 나군에서 서울대에 중복 합격한 데 따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문계열에서는 전공보다 대학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대의 경우 미등록 인원의 91%가 자연계열 합격자들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공대를 기피하고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서울대 · 연세대↓ 고려대↑

10일 각 대학이 밝힌 올해 정시전형 합격자 1차 등록률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는 작년보다 소폭 떨어진 반면 고려대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대상인원 1429명의 89.85%인 1284명이 등록을 마쳤다. 이는 전년도 등록률(93.9%)보다 4.0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서울대 등록률이 소폭 감소한 것은 특히 자연계열의 경우 의 · 치대 및 한의대로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계열에서는 총 132명이 등록을 포기,인문계열(12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인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문계열 간판학과인 경영대학과 사회과학계열은 각각 1명,3명만 미등록했다.

연세대 서울캠퍼스도 올해 정시모집 합격자 1795명의 67.1%인 1205명이 최종 등록을 마쳐 전년도(70.7%)보다 3.6%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간판학과인 경영학과는 정원(188명)의 62.8%인 118명이 미등록해 가장 많았다. 반면 고려대 안암캠퍼스의 등록률은 81%로 작년(77%)에 비해 4%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가장 등록률이 낮은 모집단위는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이 대학 간판학과인 경영대학으로 정원(179명)의 48%인 86명만이 등록했다.

경기 침체를 반영해 취업에 좀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대학들의 등록률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삼성 재단인 성균관대(가군)는 전체 정원 1278명 중 1110명(86.8%)이 등록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보다 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두산 재단인 중앙대(서울,가군)도 선발인원 412명 중 350명(85%)이 등록,지난해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경영대 등록률 학교마다 천차만별

각 대학 인문계열에서 최고학과 자리를 굳힌 경영대의 경우 등록률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을 보였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경우 단 1명만이 등록을 포기,98%의 높은 등록률을 보였지만 연 · 고대 경영대는 30~40%의 낮은 등록률을 보였다. 연세대 경영학과는 전체 선발인원 188명 중 70명(37.2%)만 등록했다. 경영학과의 등록률(37.2%)은 지난해(57.4%)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고려대 경영대도 정원 179명 중 86명(48%)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고려대 경영대 등록률 역시 지난해보다도 7.2%포인트 하락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연 · 고대 최상위권 학과인 경영학과의 경우 서울대와의 중복 합격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36명)와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14명)는 각각 전체등록 대상 합격자 모두가 등록을 마쳐 100%의 등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학생들의 '공대 기피 현상'은 올해도 반복됐다.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11명),공과대학 공학계열(11명),공과대학 전기공학부 · 컴퓨터공학부군(9명) 등 공대 소속 학과들의 미등록 인원이 다른 단과대보다 비교적 높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 등 최상위권 공대 합격생의 경우 지방 의대 등에 합격해 빠져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의대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 높은 등록률을 보였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단 1명도 등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밖에 주요 대학 의대의 경우 고려대(88%),성균관대(94.7%),한양대(89.5%) 등도 높은 등록률을 나타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