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급등락세를 보이면서 야간에 개장하는 '코스피200 지수 선물 글로벌 시장'의 거래량이 급증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밤 사이 미국 증시의 출렁임이 다음 날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인 선물 투자자들이 야간 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야간 선물시장 거래대금은 2517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야간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작년 11월16일 개장한 야간 선물시장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가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이면서 굳이 야간 선물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형 은행 규제 발언을 계기로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거래대금이 1000억원을 넘어섰고 29일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유럽의 재정 위기까지 가세해 뉴욕증시의 불안이 가중되자 지난 5일에는 거래대금이 3926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장 후 하루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97.4%로 압도적이다.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1.6%와 0.8%에 불과하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악재들이 야간에 터져나오자 전날 주간 시장에서 선물을 사들였던 개인들이 야간 선물 시장에서 서둘러 물량을 처분하면서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전후해 국내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점이 주간 지수선물 시장의 급성장의 계기가 됐던 것처럼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는 야간선물 시장도 해외악재가 시장 활성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