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한국인에게 이름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영어 이름을 짓는데도 작명소를 찾아 알파벳의 음양오행까지 따지는 게 바로 한국인이다.평생 불려야 할 이름이 장차 그 사람의 인생과 미래 운까지 결정할 거라고 믿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지명을 따서 지은 이름은 어떨까? 가령 강남구는 서울 부촌의 상징이자 하나의 자치구명이지만 ‘강’이라는 성과 ‘남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KT 전화번호부를 검색한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강남구’씨는 총 9명으로 이 가운데 실제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강동구에 주소를 둔 이가 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송파구(마천동),동작구(신대방동),동대문구(청량리동),성북구(장위동),구로구(오류동),중랑구(묵동) 등에서 각 1명씩 살고 있었다.

서울 강북지역에 살고 있는 한 ‘강남구’(48·남·자영업)씨는 “강남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 왜 강북에 살고 있느냐는 놀림을 종종 받기도 한다”면서도 “당분간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강남구에는 ‘강남구’가 없었지만 강동구에는 ‘강동구’가 있었다.서울에 거주하는 20명의 ‘강동구’ 중 1명이 강동구(명일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강동구란 이름을 가진 송파구민이 4명이었으며 강남구와 서초구에도 각각 2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구에 사는 ‘강서구’씨도 찾을 수 없었다.‘강서구’라는 이름을 가진 서울시민 8명 중 3명은 동작구에 있었다.이밖에 서초구,은평구,영등포구 등에서도 ‘강서구’씨를 찾을 수 있었다.서울에 사는 유일한 ‘노원구’씨는 종로구(창신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로 이처럼 유독 ‘강(姜)’씨에 구(區)명과 같은 이름이 적지 않은 것은 ‘구(求)’자 항렬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진주강씨 중앙종회 관계자는 “강씨는 대부분 진주 강씨로 전국에 130만명 가량이 있다”며 “특히 박사공파 28세손이 ‘환(奐)’자 ‘연(然)’자 등과 함께 ‘구(求)’자 항렬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명가들은 이름과 거주지 간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설명한다.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장은 “작명이 사람의 특정 거주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손준호 손준호작명원 대표도 “이름과 구(區)명이 같다고 해서 그 지역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름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포괄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심성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