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원료값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업체들이 공소사실에 구체적 합의행위가 기재되지 않는 바람에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시철 부장판사는 9일 11년 동안 비닐제품 원료인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가격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SK에너지,한화석유화학,삼성토탈 등 3개 법인과 회사별 담당 직원 3명을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들 회사가 100여 차례 한 개별합의 행위를 하나의 포괄일죄로 보고 기소했다"며 "100여 차례 합의가 하나의 죄로 처벌되려면 개별 합의 과정과 내용,가격 담합에 미친 영향이 확인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검찰이 기재한 공소사실에는 회사의 개별합의 참여 여부,합의과정과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이들의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지 판별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직원을 처벌하려면 개인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이 필요한데 고발되지 않았고,검찰총장의 고발요청도 없었다"며 "공정거래법상 고발 없이는 기소할 수 없음에도 기소돼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